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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칼럼] 100년 기업이 없구나

대한민국의 국적을 포기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2018년 10월 기준으로 해외이민자가 3만명이나 되는데 이것은 지난 10년 평균치 보다 10% 증가한 것이다. 그러니까 지난해 해외이민이 크게 증가했다는 이야기다.

이러다 보니 해외이민 알선업체에 의한 피해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해외이민만 아니라 기업들의 해외 엑소더스 역시 점점 높아 가고 있다.

지난 4월26일 현재 2018년 대ㆍ중ㆍ소기업의 해외직접투자는 478억 달러(한화 55조5천억 원)으로 1980년 통계시작 이후 최고의 수치를 나타냈다. 이렇게 최근 10년간 해외로 빠져나간 돈은 2천196억달러(한화 약 255조 원)에 이르고 있다. 이들 투자는 한때 중국으로 몰렸으나 지금은 베트남이 가장 큰 무대가 되고 있으며 인도를 비롯 라오스 등 다양화되고 있는 것 같다.

이처럼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FDI)가 높아 가고 있는데 대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우리 기업들이 사업하기 어려운 걸림돌을 치워줘야 한다”고 했다.

그 ‘걸림돌’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정말 기업인들을 만나면 사업하기에 너무나 많은 걸림돌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세금문제, 노사문제, 규제문제, 반기업적 정서문제 등 옆에서 듣기에도 숨이 막힐 것 같다.

법인세 같은 경우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세율을 낮추는 추세이며 특히 상속세 역시 일본이나 독일처럼 현실적으로 운영돼야지 현재의 65%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65%를 상속세로 내려면 현실적으로 가업승계가 어렵고, 상속을 받은 사람이 세금을 바로 내는게 아니라 경영을 하면서 세금을 내게 하는 등의 유연성을 발휘하자는 소리도 있다. 기업을 포기하고 매각하려는 사람들 중에는 이와 같은 상속세 문제가 큰 원인이 되는 사례가 많다.

이런 환경에서는 ‘100년 기업’을 육성하기가 쉽지 않다.

오랜 역사를 지닌 기업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그 나라의 경제환경이 안정돼 있다는 것을 말한다.

100년은 차치하고 200년 이상 된 기업을 갖고 있는 나라로 일본 3천146개, 독일 837개, 네덜란드 222개, 프랑스 196개, 영국 186개인 것 만 봐도 그것을 알 수 있다.

100년 이상된 기업의 경우 미국 152개, 일본 45개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두산, 동화약품, 몽고식품 등 7곳으로 재벌닷컴이 발표했고 포보스는 단 2곳으로 발표했다. 7곳이건 2곳이건 우리의 100년 기업이 선진국에 비해 너무 초라한 것은 사실이다.

물론 장수기업이 나오지 않는 데는 사회적 환경 뿐 아니라 가족갈등과 같은 원인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우리의 대기업 치고 기업승계 분쟁을 겪지 않는 곳이 드믈 만큼 ‘가족전쟁’이 심각한 모습을 보여 준 것이다.

‘왕자의 난’으로 일컬어지는 현대그룹의 2대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간분쟁, 한진 그룹의 2대 상속분쟁 등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한국가족기업연구소장 김선화박사는 우리 나라 기업의 이와 같은 현실을 지적하면서 ‘100년 기업의 핵심가치’를 지키는 것이 장수 기업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상품이 아니라 명품을 만드는 장인정신, 100년이 가도 늙지 않는 온고지신, 직원이 행복한 인간존중 정신 등 핵심가치를 살려 가야 한다는 것이다. 역시 경주 최부자집이 300년 이어가는 비결이다.

변평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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