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일보 로고
2025.07.02 (수) 메뉴 메뉴
위로가기 버튼

[변평섭 칼럼] 변 사또의 性인지 의식

남원 군수 변 사또는 요즘 말로 ‘성(性)인지 의식’이 심하게 왜곡되어 있었다. 그는 매관매직(賣官賣職)이 횡행하던 시절, 어렵게 남원 군수 자리를 차지했으니 천하를 얻은 기분이었고 두려울 것이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어려운 환경과 도전을 물리치고 목표하던 경지에 오르게 되면 그 성취감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는 경우가 있는데 그 사례가 변 사또에게서 나타난 것. ‘춘향이를 불러 수청을 들라 하면 좋아하겠지… 기생 딸의 신분 주제에 거부할 처지도 아니고…’ 이것이 변 사또의 ‘성인지 의식’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났다. 한양에 간 이 도령을 사랑하기 때문에 춘향이가 변 사또의 요구를 거절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변 사또의 그릇된 성인지 의식이 또다시 발생한다. 하찮은 신분의 여자에게 무슨 사랑 같은 것이 존재하겠느냐는 의식이 그것이다. 그러나 춘향이는 사랑이란 권력으로도 빼앗길 수 없는 소중한 것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옥에 갇혀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그 사랑의 가치를 끝내 지켰다.

몇 년 전 한 지방자치 단체장의 일탈이 큰 충격을 주었다. 그는 공직생활을 하면서 군수 한 번 하는 게 소원이었다. 군수 그것은 그 인생의 유일한 목표였다. 그것이 그가 사는 인생의 유일한 가치였다. 그리고 마침내 그 자리에 오르게 되자 천하를 얻은 듯 기쁨에 넘쳤다. 어느 날 그는 보건소에 들렀다가 예쁜 여직원에 눈이 팔려 군수 비서실로 발령을 냈다. 관계 국장들이 그 여직원은 보건직이라 안된다고 했는데도 ‘파견근무’라는 편법을 동원해 발령을 내고 말았다.

무리수를 강행한 것이다. 군수가 하는 일에 누가 감히 반대를 하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 여직원과 불미스러운 사건을 일으키고 말았다. 결국 잘못된 인생 가치관이 그릇된 ‘공직 인지 왜곡’을 가져왔고 그것은 또한 ‘성인지 왜곡’을 동반했으며 그 인생 종말을 불행하게 만들었다. 춘향이에 대한 ‘성인지 왜곡’으로 인생을 망친 변 사또처럼…. 그런데 이와 같은 ‘성 인지 왜곡’은 시대가 몇 번 바뀌었어도 변하지 않고 있다.

최근 뉴질랜드에 근무하던 우리 외교관의 성추행 문제가 그런 것을 말해 준다. 우리 국회 중진 의원은 ‘같은 남자끼리 엉덩이 한 번 툭툭 치는 사이’라며 사건을 과소평가했다가 여론이 좋지 않자 해명을 했지만 바로 이런 것이 ‘성인지 왜곡’인 것이다. 아무리 남자끼리라 해도 남자든, 여자든 성추행은 성추행이다. 특히 뉴질랜드는 동성애 문화가 존재하는 하는 만큼 그곳에 주재하는 외교관이라면 그런 의식이 있어야 하지 않는가. 더욱이 피해자라고 하는 뉴질랜드 남성은 한국 외교부의 조사과정이 부당했다며 공정하고 정당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고 뉴질랜드 총리까지 우리 대통령에게 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그런가 하면 부산의 어떤 시의원은 식당 여직원 어깨에 손을 얹는 등 성추행을 한 협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고 민주당은 그를 제명 처분했다. 그 역시 성추행이 아니고 격려하는 뜻으로 어깨를 한번 잡았다고 변명을 했다. 역시 ‘성인지 왜곡’이다. ‘어깨 한 번 잡은 것’, ‘엉덩이 한 번 툭 친 것’이런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높은 분들의 ‘성인지 의식의 왜곡’이 결국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그리고 최근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이르기까지 전개된 부끄러운 자화상 시리즈를 만들었다.

변평섭 칼럼니스트

댓글(0)

댓글운영규칙

-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 대상을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법률에 의해 제해될 수 있습니다. 공공기기에서는 사용 후 로그아웃 해주세요.

0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