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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2 (수) 메뉴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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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칼럼] 올해의 단어로 선정된 ‘Lock down’

해마다 올해의 단어를 발표하는 영국의 세계적 영어사전 출판사 콜린스가 2020년 단어로 ‘Lock down’을 발표했다. ‘봉쇄’를 뜻하는 것이다. 더 길게 설명할 것 없이 올해 지구촌을 지배한 코로나19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다. 학교가 봉쇄되고 해외여행이 봉쇄되는가 하면 일상적으로 우리가 즐기던 영화관, 축제, 모임, 카페, 노래방 등등, 모든 것이 그렇게 강요된 봉쇄를 겪어야 했다.

 병원시설이나 요양원, 콜센터 등이 코로나에 감염되면 ‘코호트 격리’라 하여 집단적 봉쇄도 감수했다. 심지어 코로나19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 우한처럼 도시 전체가 봉쇄되는 경우도 있었고 항공기 운항을 막거나 입국자를 일정기간 자가 격리시키는 등 대부분의 국가가 사실상의 봉쇄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봉쇄’가 만능이었을까. 우리는 ‘봉쇄’의 허점을 일본에서 볼 수 있다.

 호주, 동남아, 일본을 관광코스로 순항하던 대형 크루즈 다이아몬드 프린스호가 지난 1월25일, 홍콩에 정박했을 때 승객 1명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이 밝혀졌다. 이 배에는 승무원을 포함 3천700여명이 타고 있었으며 2월19일 일본 요코하마에 입항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긴급대책회의를 개최하고 코로나 환자가 발생한 이 크루즈선의 입항을 거부하기로 하여, 2월19일부터 3월1일까지 해상 봉쇄 조치를 내렸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본 상륙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판단이었다. 일본정부는 크루즈선이 밀폐된 공간에 통풍관을 통해 선내 공기가 순환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실수를 저질렀다. 그리하여 691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6명이 선내에서 사망하는 등 혼란이 벌어졌다. 그리고 방역진을 비롯한 요원들이 선실을 오가면서 그 틈새에 코로나 바이러스는 육지에 전파되기 시작했다. 결국 해상에 봉쇄한 크루즈는 코로나 바이러스 배양기지가 된 셈이며, 지금까지 심각한 후유증을 앓는 것이다. 또한 코로나는 봉쇄하고 격리하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봉쇄, 격리에 따른 내부의 안전장치가 중요함을 일깨워 주기도 했다.

 만약 크루즈선이 공기순환이 전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만 파악하고 감염자를 선실 한쪽에 격리시키는 조치를 취했더라면 코로나 바이러스를 전체에 퍼지게 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봉쇄는 어쩌면 이것저것 상황이 복잡할 때 쉽게 취할 수 있는 수단이다.

 지난 10월3일 개천절과 한글날, 보수 단체가 계획한 광화문 집회 봉쇄도 그 한 예이다. 수백 대의 경찰버스가 성곽처럼 에워싸고 1만여 개의 철제 바리케이트가 시민들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그야말로 올해의 단어 ‘Lock down’이 실감 나는 장면이었다. 그렇게 해서 광화문의 목소리도 잠재우고 코로나 방역의 효과도 높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걱정스러운 것은 우리 정치 지도자들의 리더십이 이와 같은 봉쇄의 맛에 길들여질까 하는 것이다. 복잡한 상황을 대화와 협치의 리더십을 발휘해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쉽고 간단한 ‘봉쇄의 리더십’에 의존하려는 유혹에 빠지는 것이다. 더욱이 지금 여당은 국회에서의 절대 의석을 확보해 공수처법 통과에서 보듯이 무엇이든 거의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 크루즈선의 해상 봉쇄가 오히려 엄청난 역작용을 일으켰듯이 ‘봉쇄의 리더십’은 함정도 갖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올해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문을 걸어 잠근 ‘Lock down’이 새해에는 모두 풀리길 소망해본다.

변평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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