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통일
폭설이다
삭풍도 풀이 죽었다
지금은 하얀 통일중이다
남방과 북방한계선이, DMZ가
눈 이불 속에서 낮잠을 청한다
바람 자지 않던 최전방 전망대
성모마리아, 예수님, 부처님도 어리둥절하다
너를 죽여야 내가 산다며
조준선 정렬을 하던 남북의 병사들도
정든 벙커 속에서 총대를 안고
고향 꿈을 꾸고 있다
산과 들의 짐승들아
강물도 얼어 얼음다리가 되었다
넘어오고 넘어가거라
너희들 발자국을 추적할 자 없다
백두대간 소나무들도
폭설이라도 좋다며 차곡차곡 받아 쌓는다
모처럼 찾아온 한반도 통일판에
한민족 통일을 시샘하는 서북풍이
검은 붓질을 할세라 눈발이 세차진다
백기가 오른다
설국이 건설된다.
이돈희
<내일의 시>로 등단.
시집 <솔개의 눈> <한탄강의
노래> 외.
경기시인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연천지부 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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