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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고용의무 위반... 돈으로 때우는 기업들 [일터의 문턱, 장애를 넘어②]

장애인 의무고용률 1.55% 이하 기관·기업 457곳
민간기업 93.6%… 道, 전국서 두 번째로 많아
현장선 “장애인 편의시설 등 비용 감당 어려워”
채용보단 ‘부담금’ 선택… 작년 1천564억 달해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사진. 이미지투데이 제공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사진. 이미지투데이

 

장애인 고용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기업의 소극적 자세’와 ‘장애인 취업에 부적합한 현실 여건’ 등이 섞여있다.

 

■ 장애인 의무고용률 기준, 못 맞춘 기업 428개중 93개가 경기도에

 

30일 경기일보는 장애인 의무고용률 기준을 맞추지 못한 기업을 별도로 살펴봤다. 이번 분석은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말 공개한 ‘장애인 의무고용률 1.55% 이하 달성 기관‧기업’의 명단을 토대로 했다.

 

이때 장애인 의무고용률 기준을 ‘3.1% 미만’이 아닌 ‘1.55% 이하’로 설정한 이유는 ‘장애인 채용에 극심하게 소홀한 기업’을 분석하자는 취지다. 실제로 3.1% 이하까지 폭을 확대할 경우 명단에 추가될 기관·기업 등은 더 늘어난다.

 

지난해 정부가 공개한 1.55% 이하 명단 안에 포함된 전국 기관 및 기업은 457개로 집계됐다. 이 중 민간기업이 428개(93.6%)다.

 

전국 시·도별 장애인 고용률이 1.55% 미만인 민간기업 수. 박채령기자
전국 시·도별 장애인 고용률이 1.55% 미만인 민간기업 수. 박채령기자

 

경기도에 한정하면, 민간기업 93곳이 이름을 올렸다. 서울(244곳)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숫자다. 단, 도내 공공기관 등은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준수하고 있어서 이 수치 안에서 제외됐다.

 

경기도는 3위인 부산(16곳)과 비교하면 5.8배, 전국 꼴찌인 전북(1곳)과 비교하면 93배에 달하는 기업이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고 있었다. 다른 지역보다 수도권에 기업이 많다는 특징도 있지만, 수치적으로 타 시·도에 비해 압도적인 모습이었다.

 

장애인을 단 한 명도 고용하지 않은 도내 기업도 건설업체 2곳, 제조업 1곳, 도매 및 소매업체 1곳 등 총 4곳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년 연속 장애인 의무고용률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기업이 전국 65곳으로 집계된 상황에서, 제조업 7곳·서비스업 3곳·건설업 1곳 등 총 11곳이 경기도에 있기도 했다.

 

경기도 내에서 장애인 의무고용률이 1.55% 미만인 민간 기업의 업종별 비율. 박채령기자
경기도 내에서 장애인 의무고용률이 1.55% 미만인 민간 기업의 업종별 비율. 박채령기자

 

■ 장애인 의무고용 가장 안 하는 ‘제조업’

 

경기도에 가장 많이 포진한 산업체는 제조업체다. 전국 장애인 표준사업장 408곳 중 252곳(61.8%)이 제조업체일 만큼, 얼마든지 장애인을 고용할 환경을 만들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경기도에서 장애인 의무고용률이 1.55%도 안 되는 기업 10곳 중 6곳(62.37%)은 제조업체였다.

 

상시근로자 ‘1천명 이상’인 기업 중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못한 12곳을 살펴보면 4곳(33%)이 제조업체였고, ‘500명 이상~1천명 미만’인 기업 중에서는 33곳 중 19곳(57.6%)이 제조업체였다. 이어 ‘300~499명’인 48곳에서도 35곳(72.91%)이 제조업체였다.

 

익명을 요구한 경기도의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장애인 채용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우리 회사는 장애인 의무고용제 기준에 따르려면 30명 이상을 장애인으로 채워야 한다. 갑자기 그렇게 많은 수의 장애인을 고용하기에는 적합한 직무도 없고, 또 휠체어 등 장애인 편의시설을 위해 회사 전반을 개·보수 해야 하는데 그런 비용도 감당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 지난해 지불한 장애인 고용부담금만 1천500억원

 

현행법상 장애인 의무고용비율을 지키지 않은 대상 기업들은 기준에 미달한 만큼 고용부담금을 내야 한다. 장애인을 한 명도 고용하지 않았을 경우, 고용하지 않은 장애인 수 한 명당 최대 206만740원까지 부담금을 내는 식이다.

 

이에 발 맞춰 정부는 장애인 취업 지원을 위한 지원책을 제시하기도 한다.

 

의무고용률을 초과해 장애인을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최대 90만원까지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장애인표준사업장을 최대 10억까지 지원하는 등 8가지 지원 제도를 펼치는 식이다.

 

하지만 현장에선 돈을 내더라도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경기도만 봐도 기관‧기업이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아 냈던 장애인 고용부담금이 지난 한 해에만 1천564억5천500만원에 달했을 정도다.

 

장애인 고용 컨설턴트 관련 한 전문가는 “현장에서 기업은 장애인을 고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많이 부족하다”며 “장애인 고용장려금을 주고 시설 비용을 정부에서 대준다고 해도 장애인 고용을 고려조차 안 하기 때문에 의무고용률도 대체적으로 낮은 것”이라고 전했다.

 

남세현 한신대 재활치료학과 교수는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일을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잘 깨지지 않고, 정부에서 장애인을 고용할 때 지원해주는 시설 보조금 등에도 기업이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 기업의 장애인 고용이 저조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 "내가 장애인이라 안 되는 거였구나" [일터의 문턱, 장애를 넘어①]

https://kyeonggi.com/article/2024092658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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