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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조선팝’과 전통문화의 재해석

양승규 예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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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음악계에서는 전통과 현대가 결합한 새로운 흐름이 주목받고 있다. 국악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조선팝’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며 단순한 전통 계승을 넘어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이날치, 악단광칠, 서도밴드 등의 팀은 국악의 요소를 팝, 힙합, 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장르와 접목하며 전통음악의 대중성을 넓히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음악적 시도를 넘어 한국의 문화 정체성을 세계시장에서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전통국악은 오랜 세월 한국인의 정서를 담아온 예술이지만 대중 접근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하지만 국악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 내는 노력이 지속되면서 이제 조선팝은 젊은 세대와 해외 팬들에게도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다. 이 곡은 서도소리 판소리를 현대적 리듬과 결합한 중독성 강한 음악으로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과 함께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서도밴드는 전통민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뱃노래’, ‘사랑가’ 등의 곡을 통해 국악의 색을 분명하게 드러내면서도 대중음악과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악단광칠은 황해도 지역의 민요와 굿 음악을 전자음악과 결합하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페스티벌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사실 전통과 현대의 결합은 최근에만 나타난 흐름이 아니다. 1990년대 서태지는 ‘하여가’에서 국악기인 태평소를 사용하며 힙합과 결합한 국악 퓨전 음악을 시도했다. 이는 당시 대중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고 국악이 대중음악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잠비나이, 동양고주파, 블랙스트링 등 많은 밴드는 국악을 기반으로 새로운 사운드를 창출하며 활동하고 있으며 2010년부터 국립극장이 매년 주최하는 ‘여우락 페스티벌’은 국악인들의 철학이 담긴 월드뮤직 페스티벌로 자리 잡았다. JTBC가 2021년 하반기 방영했던 오디션 프로그램 풍류대장은 젊은 국악인들의 실험정신을 조명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국립국악원은 ‘퓨전국악 프로젝트’와 ‘공감시대, 창작콜라보 플러스’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1990년대 후반부터 전통 국악과 현대음악의 융합을 실험하며 국악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케이팝 아이돌의 실험도 활발해지며 국악의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블랙핑크의 ‘Pink Venom’에서는 가야금 소리를 인트로로 사용했고 방탄소년단(BTS)의 ‘IDOL’에서는 사물놀이 리듬을 삽입했다. 또 BTS 슈가(Agust D)는 중요무형문화재인 ‘대취타’를 힙합에 녹여내며 국악적 요소를 세계시장에 소개했다.

 

조선팝이 가진 가장 큰 강점은 전통과 현대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힘이다. 전통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인 감각과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콘텐츠를 창조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단순히 젊은층의 관심을 끄는 것을 넘어 전통문화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전략이 된다.

 

이뿐만 아니라 조선팝을 모티브로 전통 한옥과 미디어아트를 접목한 전시도 증가하고 있다. ‘서울라이트’ 행사에서는 전통문양과 디지털 영상 기술이 결합된 작품들이 선보였다. 조선팝은 더 이상 음악에 국한되지 않고 연극, 미술,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예술 영역과 결합하며 새로운 문화적 흐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조선팝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있다. 첫째, 전통음악을 단순히 현대적인 장르에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국악 고유의 정체성과 미학을 유지하면서도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미디어아트, 공연예술, 관광 콘텐츠와 연계해 조선팝이 하나의 콘텐츠 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조선팝이 해외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와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조선팝은 다양한 국가에서 관심을 받으며 해외 공연과 페스티벌에서도 점점 더 많은 무대를 확보하고 있다. 프랑스의 ‘페스티벌 드 몽펠리에’에서는 국악을 기반으로 한 현대적 음악이 소개됐으며 독일 베를린에서는 한국 전통음악과 전자음악을 접목한 콘서트가 개최됐다. 이는 조선팝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국악과 현대음악이 융합된 조선팝은 한국 문화의 고유성을 유지하면서도 시대에 맞게 변화하는 새로운 흐름이다. 전통이 단순히 과거에 머물지 않고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콘텐츠로 자리 잡을 때 한국문화는 더욱 강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지 않을까. 이제는 전통을 새롭게 바라볼 때다. 조선팝은 다양한 예술 장르와 융합하며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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