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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춘추] 슈만의 사랑이 담긴 ‘피아노 4중주’

최정현 안양대 음악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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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만의 사랑과 결혼 이야기는 음악가들의 여러 사랑 이야기 중에서도 특히 유명하다. 부모님의 뜻대로 안정적 생활을 위해 법대에 입학했던 청년 슈만은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피아니스트를 꿈꾸며 스승인 비크를 만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오른손에 영구적인 부상을 입으며 피아니스트로서의 꿈은 좌절됐고 그 대신 스승의 외동딸이자 뛰어난 피아니스트로서 장래가 밝던 클라라를 사랑하게 된다.

 

클라라가 아직 성년도 되지 않았기에 자신을 탐탁지 않게 여긴 스승 비크와 법적 투쟁까지 벌인 끝에 결혼하게 된 슈만은 출판업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에 따라 문학적인 재능도 있었기에 피아노 대신 음악평론과 작곡을 통해 생계를 꾸린다.

 

신음악지의 편집장을 맡아 주필로서 쇼팽, 베를리오즈, 브람스 등을 찬사해 세상에 널리 알리기도 했다. 그러나 정신적으로 취약했던 집안 내력에 따라 양극성 장애를 앓았던 슈만은 조증이 왔던 시기에는 왕성한 작곡활동을 보여줬으나 울증이 왔던 시기에는 작곡을 전혀 못하기도 했다.

 

1840년 클라라와 결혼한 슈만은 정신적 안정을 얻고 ‘가곡의 해’라 불릴 만큼 그해 많은 가곡작품을 쏟아내며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해냈다. 1841년에는 보다 거대한 규모의 교향곡을 작곡했고 1842년에는 ‘실내악의 해’로 불릴 만큼 피아노 4중주와 피아노 5중주 등의 걸작을 발표했다. 특히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의 4명이 주고받는 내밀한 사적 대화 같은 피아노 4중주 op.47은 요즘 성격유형검사(MBTI)에 따르면 ‘극 I’(내향적 성향)였을 듯한 슈만이 따뜻한 가정을 이루고 신혼의 달콤함 속에서 부인이자 뛰어난 피아니스트인 클라라를 위해 피아노를 포함시켜 은은하게 사랑을 속삭이는 듯하다.

 

귀족의 살롱 중심의 음악회에서 벗어나 교향곡이 중심이 되는 거대한 공공음악회가 성행하기 시작한 당대에 바그너, 베를리오즈 등의 신독일악파에 의해 고루하다고 비판받던 장르인 실내악은 이러한 슈만과 브람스 등의 걸작 덕분에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었다. 특히 3악장 안단테 칸타빌레는 낮은 음역에서 가슴을 잔잔히 적시는 첼로의 서정적인 선율로 시작해 바이올린과 비올라로 이어지는 따뜻한 선율이 일품이다. 찬란한 봄 로맨틱한 슈만의 사랑을 생각하며 들어보기 적절한 클래식이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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