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
배가 자꾸 나와 스트레스가 높을까? 매일 새벽에 한강을 뛰면 어떨까? 10㎞를 1시간에 주파하면? ㎞당 평균 6분35초 수준이라면 약 740칼로리를 활활 태울 수 있다. 물론 무릎이 아프지 않으려면 보폭을 좁게 하면서 발을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통상 180케이던스 이상이면 충분하다. 한 달 내내 740칼로리를 소모한다면 배는 어떻게 될까? 상상해 보라. 도전해 보라. 아침을 열면서 자기효능감을 온 몸으로 느끼는 인생이 그야말로 멋있지 않은가.
그런데 새벽에 일어나야 가능하지 작심삼일은커녕 ‘작심일일(作心一日)’이 다반사다. 의지가 너무 부족하다며 자기 자신을 무섭게 몰아붙이고 있는가. 나는 역시 안 되다고 자기부정을 끝도 없이 하는가. 굳이 그러지 말자. 알고 보면 사람이 다 그런다. 괜찮다, 괜찮아. 단지 우리에게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할 뿐이다.
오전 6시. 알람이 울린다. 매일 울리는 사이렌 소리. 무시하고 싶다. 시끄러워 끄긴 꺼야 한다. 그러다가 낯선 존재가 보인다. “러닝을 시작하세요. 러닝을 할 시간인데요. 오늘 달리시겠어요?” 누구냐 너는. ‘시리(Siri)’다. 아이폰에 살고 있는 어느새 친숙한 녀석. 나보고 뛰라고? 가만, 내가 언제 시리한테 알람하라고 했던가. 없는데. 말로만 듣던 귀신? 아무리 뒤져봐도 알람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내가 늘 오전 6시에 일어나 운동하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하라고 한다. 고맙다고 해야 하나. 하여간 한강을 뛰고 돌아왔다. 자연스럽게 배에서 땅꺼짐 현상이 발발하는 지금. 전광석화처럼 떠오르는 통찰. 누가 시키지 않아도 행동 패턴을 읽고 내가 잘하지 못하는 그러나 하고 싶은 그 욕망을 지지하고 행동을 유도하는 일종의 촌철살인과 흡사한 메시지를 나에게 의도적으로 송신했다? 아니 도대체 이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이것을 인공지능이라 부른다. 우리에게 특별하게 필요한 무언가의 정체.
음력 3월25일. 어머니의 생신이다. 양력으로 4월22일. 하마터면 놓칠 뻔했다. 5월8일. 어버이날. 간신히 전화했다. 카네이션은 없었다. 감동도 걱정이다. 나이를 먹으면 성숙할 거라 믿었으나 인정하기 싫지만 갈수록 퇴화다. 역시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엄마의 생신 날짜를 매년 기억하고 선물하는 어버이날에 카네이션과 고마움을 표현하는 나를 대신하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는 이것을 ‘AI에이전트’라 부른다.
아침운동 이후 조금 전까지 복리 이자처럼 감당할 수 없이 쌓인 AI 정보를 영접한다. 논문, 신문, 뉴스레터, 소셜미디어 내 지인 피드 등. 시간이 없어 잠시라도 놓치면 빚쟁이처럼 자꾸 쫓긴다. 이럴 때는 AI에이전트를 활용해야 한다. 텍스트 정보와 영상 정보를 가리지 않고 내가 원하는 모든 정보를 대상으로 손바닥만 한 크기로 요약해 브리핑받을 수 있다.
그런데 알람을 끄고, 알람 메시지를 외면하면 어떻게 되지? 요요 현상을 경험해야 하나? AI에이전트가 필요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목소리로 모닝콜을 해달라고 하면? 매일 오전 6시가 기다려질까? 오늘은 엄마 생신이니 엄마가 좋아하는 꽃을 보냈다고. 선물은 오늘 아침에 받을 수 있도록 그전에 보냈다고. 오늘은 어버이날이니 카네이션과 엄마가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줄 가수도 보냈다고. 어제 저녁에 아주 중요한 AI 뉴스가 있어 간략하게 브리핑한다고. 이제 무릎보호대 착용할 시간이라고. AI에이전트가 나에게 알아서 전화하고, 나하고 대화하며, 내 일상을 대행하고,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가 나타날 수 있도록 동기 유발해 행동을 유도한다.
곧 대면할 AI에이전트의 모습. 매력적인가? 상상력이 문제를 해결하고 돈도 되는 시대. 그렇다면 질문해 보자. 운동할 때 이어폰으로 중요한 AI 뉴스를 팟캐스트(podcast) 형식으로 들을 수 있을까. 이것은 AI에이전트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당신의 상상력이 탐나는 세상으로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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