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을 받던 사람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됐다는 것만큼 기쁜 건 없죠.”
언어도, 문화도 생소한 낯선 나라에서 병원 진료를 받는다는 건 누구에게나 막막한 일이다. 하지만 시흥시 정왕동에 있는 시화병원을 찾는 외국인 환자들에게 병원 진료는 더는 두렵지 않은 일이다. 국제진료센터에 근무하는 8명의 원어민 전담 코디네이터 덕분이다.
외국인 주민 비율이 높은 정왕동 특성상, 병원을 찾는 외국인 수요도 적지 않다. ‘병원’이라는 차가운 공기와 두려움에서 먼저 따뜻하게 손 내밀며 진료 예약부터 검진, 치료 후 사후관리까지 모든 과정을 일대일로 제공하는 이들에게 외국인 환자들의 신뢰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시화병원은 국제진료센터를 통해 국내 거주 외국인뿐 아니라 의료관광객 등 해외 환자에게도 체계적인 진료를 제공하며 ‘환자 중심 병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 결혼이주여성의 자녀 학습지원을 돕는 ‘시흥다문화엄마학교’와 연계해 결혼이주여성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며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시화병원을 한층 빛내는 ‘원어민 전담 코디네이터’들을 만난 날, 이들에게서 완연한 봄을 느꼈다. 밝은 미소는 새순처럼 보드랍고, 다정한 목소리는 생기로워 환자를 편안하게 해주는 매력이 봄기운처럼 그득했다.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러시아어로 다양하게 환자들과 소통하는 이들 중에는 결혼이주여성에서 시화병원 국제진료센터의 핵심 인력으로 성장한 통역 직원들이 눈에 띈다. 베트남 출신의 귀화인 이하진(38), 중국 국적의 취펑윈(38), 말레이시아 국적의 탄키친씨(42)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한국 사회에 정착하며 자신이 받은 도움을 누군가에게 되돌려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일을 시작했다.
이하진씨는 시흥다문화엄마학교에서의 활동을 통해 한국에 대한 이해를 넓히며 전문 통역사라는 꿈을 이뤘다. 시화병원 입사 후 뛰어난 능력으로 파트장 직책까지 맡고 있는 취펑윈씨는 세 아이의 엄마로 시흥시 외국인다자녀 지원을 통해 역량을 키웠고, 탄키친씨는 고국에서 의료공학을 수료한 인재로 자신의 전문성을 살렸다. 이들의 매끄러운 한국어 실력은 덤이다.
저마다의 사연으로 낯선 곳을 품어 안은 용기의 힘은 따뜻했다. 세 사람 모두, 환자들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지며 지극한 마음을 쏟아냈고, 남다른 열정으로 언어 및 의료공부까지 부지런한 하루를 차곡차곡 쌓아 ‘전담 코디네이터’란 명함을 얻었다.
용기 있는 도전에, 전문성이 더해지자 시너지는 더욱 커졌다. 이들은 각자 하루 평균 스무 명의 환자를 마주하며 의료 통역으로 몸이 아픈 이들을 보듬는다.
익숙지 않은 환경에서 빠르게 돌아가는 의료 시스템, 생소한 의학 용어들로 힘들었지만, 취펑윈씨는 “힘을 실어주는 동료와 상사, 비슷한 경험을 나눈 외국인 동료들의 따뜻한 공감은 일을 지속하는 동력이 된다”라고 말했다. 의학 용어가 어려웠던 이하진씨는 한국 의학 드라마를 모두 섭렵하며 자연스럽게 전문용어를 익혔다고.
이들에게 병원 복도는 이제 누구보다 익숙한 발걸음으로 안내하는 삶의 현장이 됐다. 탄키친씨는 “외국인 환자들이 나를 보고 안심하는 눈빛을 보일 때 자부심은 올라가고,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보람은 더욱 커진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종식 후 다시 많은 외국인 환자가 한국 의료를 찾기 시작하면서 그들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국제진료센터 코디네이터로서의 책임감과 함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세 사람은 “많은 결혼이주여성이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길 바란다”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위풍당당하게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우뚝 선 이들의 활약은 오늘도 누군가의 두려움을 희망으로 바꿔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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