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무력으로 아시아 상황 바꾸려 해" "중국 막기 위해 주한미국 감축할 수도"
미국 국방장관이 "중국이 아시아를 지배, 통제하려 한다"며 아시아 동맹국에 국방력 강화, 방위비 증액 등을 촉구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31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아시아 안보회의)에 참석해 "중국이 무력을 사용해 아시아의 패권국이 되고 현재 상황을 강제로 바꾸려 한다"며 "중국이 제기하는 위협은 실재하며 임박했을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중국이 정교한 사이버 역량으로 다른 나라의 산업 기술을 강탈하고 중요 기반 시설을 공격하고 있으며, 남중국해에서 물대포 공격, 선박 충돌, 불법 점거, 군사화 등으로 주변 국가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이러한 행보가 주변국을 존중하지 않고 주권과 자유에 도전하는 모습이라고 해석하며 이들의 위협이 실제적, 즉각적이며 주변국과 전 세계에 경종을 울리는 매우 긴급한 신호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일방적, 강압적으로 현재 상황을 바꾸려 한다면 이는 용납돼서는 안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중국 침략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이 전략을 바꾸고 있다고 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한 '힘을 통한 평화'를 위해 전사 정신 회복, 군 재건, 억지력 재확립 등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사상 최초로 1조 달러(한화로 약 1천384조원) 넘는 국방예산안 제시 ▲차세대 미사일 방어망인 '골든돔'과 6세대 전투기 F-47도 개발 등을 했다고 언급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미국이 중국과의 충돌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면서도 "그러나 이 중요한 지역에서 밀려나지 않을 것이고, 동맹과 파트너들이 종속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 재임 기간 세계는 무기력한 미국을 봤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며 "미국은 세계 전역에서 억지력을 재확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우리의 미래는 서로 연결돼 있다"며 "미국은 이 지역과 너무 깊은 관련이 있어 물러날 수 없으며, 계속 이곳에 머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은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AP 등 외신에 따르면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과 함께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두 명의 고위 국방 당국자는 이 지역에서 중국을 가장 잘 견제하기 위해 필요한 주둔군 규모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한국에 배치된 병력의 감축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들은 "주한미군의 숫자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한국을 북한으로부터 방어하는 것뿐 아니라 중국을 억제하는 데도 최적화된 숫자의 병력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같은 발언은 주한미군의 병력 규모뿐 아니라 '대북 억제력 유지'를 위한 군사 배치 상황 또한 바뀔 수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주한미군의 활동범위를 한반도로 국한하지 않고, 대만해협 등 동아시아의 다양한 지정학적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투입하도록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인 셈이다.
한편 이날 아시아 안보회의에 중국 국방부장은 불참했다.
인도, 파키스탄, 일본, 한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40여개국에서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고위 관료와 안보 전문가 등 550명가량이 참석한 가운데 중국 안보 수장만 참석하지 않아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날 대화는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 등 각종 안보 현안을 놓고 갈등을 빚는 미중 국방 수장의 회담 기회였던 만큼, 중국 둥쥔 국방부장의 불참으로 양국 군사 대화가 무산됐다.
중국 입장에서는 샹그릴라 대화가 점점 서방 중심으로 진행되는 데다 앞으로 미국과 관세 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 등을 고려해 올해 대표단 격을 낮췄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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