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석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 소장
이주는 21세기를 특징 짓는 메가트렌드 가운데 하나다. 특정 지역을 넘어 세계적인 영역에서 중장기적인 변화를 추동해내는 거대한 동향이나 추세가 메가트렌드다. 국제사회가 이주를 메가트렌드로 평가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메가트렌드로서 이주는 모든 국가와 개인의 삶에 ‘디지털 전환’이나 ‘탄소중립’에 버금가는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주는 더 이상 몇몇 사람들만의 특별한 경험일 수 없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시공간이 통합’된 하나의 지구는 누군가가 ‘태어난 곳에서 평생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무제한으로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주는 전 지구인의 보편적인 경험으로 일반화된다. 실제로 전 지구인의 7명 중 1명은 이주민이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이주는 전 지구적인 지속가능한 발전에 ‘불가피하고 필수적이며 바람직한’ 동력으로 재평가된다.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세부 과제에 이주가 포함돼 있다. ‘질서 있고 안전하며 일상적이고 책임감 있는 사람들의 이주와 유동성의 보장’이 전 지구적인 발전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유엔의 모든 회원국은 동의한 바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인구 감소, 노동력 부족, 지역 소멸’이라는 국가 존망과 관련된 중차대한 문제의 해법과 관련해 이주는 선택지가 아니라 절박한 정언명령(定言命令)일 수밖에 없다. 활력 있고 창의적인 이주민들의 적극적인 유치를 간과한 채 우리의 미래를 결코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그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운 것이다.
보편화된 이주의 시대, ‘국민과 외국인’, ‘선주민과 이주민’류의 인구 집단에 대한 전통적인 범주화의 유효성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이제 모든 이는 ‘현재적인 이주민’이거나 ‘잠재적인 이주민’일 뿐이다.
우리와 그들의 엄격한 경계에 근거한 ‘우리끼리주의’ 역시 과거와 같은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새로운 경쟁력은 우리와 그들의 경계를 허물어 ‘새로운 우리’ 혹은 ‘더 많은 우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과 구분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메가트렌드로서 이주를 수용하는 모든 이들이 회피할 수 없는 질문은 이렇다. 당신은 ‘잠재적인 이주민’으로서 ‘현재의 이주민’들과 연대할 준비가 돼 있는가. 당신은 지속가능한 공동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기 위해 ‘우리’의 경계를 확장하고 ‘더 많은 우리’를 환대할 준비가 돼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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