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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준비되지 않은 현실…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外

인간은 왜 ‘일’을 하는가에 대해 수많은 학자가 연구한 공통의 결론은 단지 ‘먹고 살기 위해’서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보상이 주어지지 않음에도 노동의 행위를 이어가는 여러 사례를 분석하며 학자들은 ‘일’이란 인간에게 생계의 수단일 뿐만 아니라 자아실현과 자기 효능감, 행복함과 성취감을 주는 존재라고 말한다. 한 인간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일’, 노동이란 무엇인가에 관해 들여다보면 자신과 주변에 관한 이해도도 높아질 것이다.

 

■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도서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문학동네 刊)
도서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문학동네 刊)

 

각종 지표는 한국인이 세계인의 평균에 비해 많이 일하고, 사망 등 치명적인 산업재해에 자주 노출된다고 말한다. 미숙련의 청년·비정규직·하청업·소규모 노동 현장 등에서 반복되는 사고는 때로 뉴스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로 빈번하다.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은 편리함으로 무장한 기술의 발전이 초래한 어둠에 주목한다. 저자인 이승윤 교수는 불안정노동과 사회보장 연구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연구자로, 책에는 그가 목격한 현실을 각종 데이터와 실제 사례가 촘촘히 연결돼 있다.

 

저자는 디지털 전환 시대 등장한 ‘불안정노동’에 주목한다. ‘불안정노동’이란 청소 노동자, 콜센터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새벽 배달 노동자 등 우리가 채 인식하지 못하는 수많은 하루에 존재하며 갈수록 그 대상은 확대된다. 저자는 이들이 언제든 쓰다 버릴 수 있는 ‘티슈’와 같은 일회용 노동력이 된 현실을 지적한다.

 

1부에서 그는 ‘불안정 노동자’를 전통의 노동자와 비교하며 ‘시간’과 ‘소득’에서의 ‘이중 빈곤’ 문제를 겪는다고 말한다. 근로 시간은 늘어나지만, 소득은 그만큼 발생하지 않으며 시간과 소득 어디에서도 자율성을 갖지 못한다. 2부에서는 과로사 등 산재 문제를, 3부에선 청년 세대 절반가량이 비정규직에 해당하는 청년 노동 문제를 짚는다. 4부와 마지막 ‘연구 노트’ 파트에서 그는 학문적 성찰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저자는 동아시아 사회정책 국제학술대회 등 국제적으로 주목받은 자신의 ‘액화(melting) 노동’ 개념을 소개한다. 노동은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일의 방식, 작업장 범위, 정해진 노동시간, 고용주와 노동자의 명확한 관계에서 벗어나며 ‘액화’하는데 제도는 여전히 경직돼 현실을 따라오지 못하며 그 간극에서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한다.

 

■ 안녕하세요 한국의 노동자들

 

도서 ‘안녕하세요 한국의 노동자들’ (클 刊)
도서 ‘안녕하세요 한국의 노동자들’ (클 刊)

 

골프장에서 ‘골퍼’의 존재는 필수다. 게임이 원활히 돌아가도록 코스 정보를 제공하고, 때로 말동무가 되어 주는 동반자 겸 전문가다. 이들은 대개 골프장 업체와 개인 사업자처럼 계약을 맺지만, 한 업체에서 이들에게 잔디밭부터 휴지통 정리, 꽁초 줍기 등 잡다한 일을 시키며 직원처럼 이용했다. 벌칙 당번 캐디는 그날 수입도 ‘제로’였다. 여기에 성희롱까지 더해진 각종 갑질에 시달리던 한 캐디는 온라인에 비판의 글을 올렸다가 해고에 해당하는 강제 퇴실을 당했고,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윤지영 변호사는 유족들과 함께 소송을 진행하며 1, 2심을 거쳐 대법원에 이르렀다.

 

그보다 더 전엔 서울 강남구에서 한 아파트 경비원이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5층에 사는 한 입주민 할머니는 마치 동물을 대하듯 경비원에게 먹을 것을 던져주거나 아파트 내 청소 및 화단 정리를 하지 않았다며 업무 지시도 내렸다. 우울증에 걸린 경비원에게 욕설도 했다. 경비원은 5층에서 잘 보이는 위치에서 분신자살했다. 윤 변호사는 해당 사건을 맡으며 동료 경비원 및 유족과 함께했다.

 

‘안녕하세요, 한국의 노동자들’은 15년이 넘는 세월 노동인권 변호사로 활동한 윤지영이 그가 맡은 사건 가운데 노동의 현실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11개의 사례를 담아냈다.

 

휴대전화 판매노동자의 족쇄 계약, 방송국 비정규직 PD의 부당해고, 현장실습생의 노동 착취, 이주노동자 노예제도 사건 등 현실을 극복하려는 노동자와 그들을 돕는 변호사의 투쟁은 한 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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