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시설 또 우리 동네?"… 부천시, 당내 반발에 속앓이
부천시가 단독으로 추진 중인 자원순환센터 현대화사업에 대해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은경 부천시의원이 신중한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시 내부에 당혹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입지 결정 및 사업 강행에 반대하는 시정질문이 나온 배경을 놓고 정치적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일부에서는 광역화 또는 이전을 염두에 둔 ‘군불때기’ 발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8일 부천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4월 21일 자원순환센터 현대화사업의 입지를 현 오정구 대장동 벌말로 122번지로 최종 확정 고시하고, 사업 본격화를 선언했다.
그러나 지난 5일 열린 제284회 부천시의회 제1차 정례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은경 시의원(성곡동·고강본동·고강1동)은 “오정구는 수십 년간 기피시설의 집중 지역이었고, 이제는 그 악순환을 끊어야 할 시점”이라며 “현대화라는 이름으로 또다시 같은 결정을 반복해선 안 된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이번 사업이 2026년부터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는 ‘폐기물관리법’ 개정에 따른 필연적 대응이라는 부천시 측 주장에 대해 “시가 광역자원순환센터 추진 실패 후 국비 지원도 받지 못하게 되었고, 결국 2,700억 원에 달하는 시비를 투입해 단독으로 진행하게 됐다”라며 “신중하지 못한 행정 판단이 시민 부담으로 돌아왔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최 의원은 “대체 입지에 대한 고민과 주민과의 실질적인 협의 없이, 단기 처방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강행하면 또 다른 갈등과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대장신도시에 기대고 있는 부천의 마지막 반전을 이처럼 성급한 판단으로 훼손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최 의원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부천시 내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입지 고시는 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 등 모든 행정절차를 마친 상태”라며 “이제 와서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면 그간 3년의 세월과 행정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내 시의원의 발언이어서 더욱 조심스러운 입장이며, 발언 취지와 의도를 여러모로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집행부와 의회 간 엇박자가 감지되자 일부 정치권 안팎에서는 “폐기물 광역화 문제를 둘러싼 지역 간 이견이 본격화되는 신호탄일 수 있다”라며 “계양이나 타 지자체와의 협력을 염두에 둔 시정질문일 가능성도 있다”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시민 반응도 엇갈린다. 고강동에 거주하는 주민 김모(59) 씨는 “왜 매번 혐오시설이 우리 동네냐”라며 “시의원이 이제야 문제를 제기한 것도 늦었지만 꼭 필요한 지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성곡동 주민 이모(44) 씨는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났고, 대안 없이 재검토만 하면 결국 쓰레기 대란이 올 수도 있다”라며 “시가 책임지고 잘 관리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부천시는 하루 생활폐기물 500톤, 음식폐기물 240톤, 재활용 200톤, 대형폐기물 50톤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의 현대화 시설을 계획하고 있으며, 지하화 및 첨단 설계를 통해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사안은 집행부의 중대한 정책 결정에 대해 같은 당 소속 시의원이 공개적으로 이견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향후 시정 운영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시민들 사이에서 혐오시설의 지역 집중에 대한 불만과 환경 문제에 대한 우려가 공존하고 있는 만큼, 시와 의회는 책임 있는 공론화와 협의 절차를 통해 사회적 합의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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