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일보 로고
2025.07.02 (수) 메뉴 메뉴
위로가기 버튼

어두운 세상

어미가 낳은지 얼마 안되는 아주 어린 사슴 한 마리가 산 속에서 길을 잃었다. 길을 잃은 사슴은 목놓아 울어댔다. 그때 사슴 앞으로 사자 한 마리가 나타났다. 사자는 “ 내가 잡아 먹어야지”하고 사슴에게 달려들었다. 그 순간 곰 한 마리가 뛰어나와 사자 앞을 가로 막았다. “이 사슴은 내가 발견했으니 내 것이다!” 사자가 곰에게 타일렀다. “천만에! 내가 먼저 먹어야겠다”하고 곰은 사자가 잡아 먹으려던 사슴을 향해 달려 들었다.

사자와 곰은 서로 물어 뜯고 할퀴고 넘어 뜨리고 뒹굴며 싸움을 벌였다. 사자와 곰은 피투성이가 되어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할 지경이 되었다. 어린 사슴은 두려운 듯 벌벌 떨고 있었다.

이때 그들의 앞으로 여우 한마리가 다가와 기진맥진하여 헐떡거리고 있는 사자와 곰을 향해 한마디 던졌다.

“이렇게 예쁘고 맛있게 생긴 사슴을 두고서도 먹지 못하고 있으니, 이젠 제가 데려다가 먹어야겠습니다.” 이솝우화 가운데 하나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배가 부른데도 사슴을 잡아 먹으려는 사자같은 부류들이 많다. 또 느닷없이 나타나서 사슴을 가로채려는 곰같은 족속들도 많이 있다.

사자와 곰의 싸움을 숨어서 지켜 보다가 사슴을 유인하는 여우같은 동물들이 도처에서 기생하고 있다.

어린 사슴같은 사람들은 가장 많이 살고 있다. 그런데 사슴같은 사람들에게는 권력이 없다. 금력 또한 없다. 있는 것은 양심 뿐이다. 성실 뿐이다.

나는 누구인가. 사자인가 곰인가 여우인가. 사슴이 길을 잃은 산속같은 이 세상이 언제쯤 밝아질 것인가. /淸河

댓글(0)

댓글운영규칙

-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 대상을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법률에 의해 제해될 수 있습니다. 공공기기에서는 사용 후 로그아웃 해주세요.

0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