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사재기
최근 일부 부유층 사이에서 ‘금사재기’열풍이 불고 있는 것은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고 하여도 사회정서상 보기에 좋지 않다. 이런 현상은 서울, 수도권을 비롯, 전국적인 것으로 서울이 특히 심하다는데 3천여개의 금은방이 몰려있는 서울 종로 귀금속 도매상 밀집지역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큰손’들의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 40∼50대 부유층 주부들이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대의 금을 사가고 있다는 것이다.
금사재기의 열풍으로 대형 귀금속 도매상에서 팔려 나가는 금액이 하루 10억∼20억원이라면 여간 막대한 금액이 아니다.
현재 금 한돈쭝(3.75g)당 국내 도매가는 5만4천선원으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지난 일주일 사이에만 1천만원 이상 가파르게 상승했다. 최근 금괴 밀수입 규모는 1천561억원(39건)으로 전년도보다 40배이상 급증했다. 현재 거래되는 금괴의 대부분이 밀수품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관세청 관계자의 지적이다.
이같은 금사재기는 유통질서의 문란이나 탈세, 뇌물 수단으로의 악용 등 폐해를 동반할 가능성도 높다. 귀금속 상가에 행운의 열쇠나 금거북이, 금송아지 등 선물용 금덩어리를 사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게 그 사실을 증명한다.
외환위기 시절, 서민들이 돌반지부터 결혼반지까지 쾌척했던 금 모으기 운동을 벌일 당시 일부 부유층이 단기차익을 노려 금사재기에 나섰던 사실을 생각하면 세상 인심은 극과 극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지금 금사재기를 하는 사람들은 주상복합에 많이 투자했는데 규제가 심해졌고 새정부가 출범하면 부동산에는 세금이 부과될 것 같아 금쪽으로 투자처를 옮긴다는 것이다. 금사재기는 나 혼자만 살고 보자는 자본주의의 극치 같아서 사회 정서상 괴리감을 준다. 금사재기는 빈부격차 확대 등 국내 사정을 고려할 때 부유층을 포함한 사회지도층의 의식변화를 요구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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