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풍(新豊)초등학교는 수원시 장안구 신풍동에 있는 한국에서 최고(最古)에 속하는 공립학교다. 1896년 경기도관찰부 공립소학교로 설립됐다. 수업연한 4년의 보통과로 출발, 남학생 4학급을 편성했으며, 1906년 공립보통학교로 개편되었다. 1911년부터는 여학생을 모집하여 남녀공학으로 운영하였고 1921년 수업연한을 6년으로 연장했다. 1937년 수원신풍공립보통학교, 1938년 수원신풍공립심상소학교, 1941년 수원신풍공립국민학교로 개칭했으며 1942년 8월 고등과를 설치하였다. 1945년 광복과 함께 고등과는 폐지되고 9월 재개교하여 32학급을 편성했다. 현재 신풍초등학교 동문은 3만명이 넘는다.
그런데 107년 전통을 자랑하는 신풍학교에 문제가 생겼다. 1790년 조선조 제22대 정조대왕 때 건축된 21개 건물 576칸의 화성행궁(華城行宮)을 완전히 복원하려면 신풍학교가 이전돼야 하기 때문이다. 화성행궁은 일제가 조선의 역사와 정기를 말살할 목적으로 강제로 철거, 그 자리에 수원경찰서, 경기도립병원, 신풍초등학교 등이 들어선 것이다.
화성행궁은 1989년 당시 김동휘 전 예총수원지부장, 심재덕 수원문화원장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주축이 돼 행궁복원추진위원회를 결성, 그 이후 각계의 노력이 결집돼 지난해 1차 복원사업이 끝났다. 이 사업으로 전체 576칸 가운데 482칸이 복원됐으나 연회나 과거시험 등이 있을 때 객사(客舍)로 사용되던 우화관과 그 주변 정원 등은 미복원 상태다. 수원시측은 신풍학교가 20년전 40학급에 이르던 규모에서 현재 18학급으로 줄어 이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학교측과 특히 동문들이 학교이전을 반대하고 있는데, 수원시가 당사자인 학교와는 협의나 의견수렴 없이 도 교육청만 상대한 것도 문제가 된 모양이다. 수원시는 화성행궁 100% 복원을 위해 학교 이전의 대안으로 교사(校舍)를 신축하는 방법과, 신설지구의 초등학교에 ‘신풍’명칭을 부여, 전통을 잇는 방법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풍학교측과 동문들이 어떻게 대응할는지 귀추가 주목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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