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보부가 사이비기자 단속 지침을 시달하면서 사이비기자 행태 사례를 들었다. 공문 빽빽이 나열된 사례 중 ‘일수기자’란 게 있었다. 당시 일반 행정기관엔 과비(課費)란 걸 썼다. 과비는 바닥나고 추경은 멀었고 하면 사채를 빌려쓰곤 했다. 이를 아는 출입기자가 과비로 사채를 빌려주는 것이다. 출입처에 돈놀이를 하니 떼일 염려가 있을리 없다. 더욱 가관인 것은 과비로 빌려주는 출입기자의 사채는 평소 각 과별로 돌아가며 일수돈 걷듯이 ‘돈 좀 달라’며 얼굴에 쇠판 깔고 모은 돈인 것이다. 30여과가 되므로 1개과에 한달 걸러 손을 내밀곤 한 것이다. 이리하여 기자실서도 외면되던 사람이 어떻게 문공부 서기관으로 들어가더니, 자신이 그 짓을 했던 행태를 사이비기자 사례로 시달한 공문을 받아본 공무원들이 실소를 터뜨려 화제가 됐었다. 전두환 정권이 막 들어서고 나서 있었던 것이다.
이 무렵의 언론 탄압은 언론계 출신들이 더 했다. 앞서 말한 ‘일수기자’야 서기관으로 들어 갔지만 언론계에 있다가 고관현직의 벼슬자리에 오른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그래서 정권에 충성심을 과시하기 위함이었던 지 언론 탄압에 한 술 더 떴다. 이리저리 이모저모로 숱하게 언론을 괴롭힌 전두환 정권의 언론정책 담당자들 거의가 다 언론계 출신으로 자신이 몸았던 언론에 권력의 칼날을 무소불위로 휘둘러 댔다.
정순균 국정홍보처장의 외지 기고문 파문을 보면서 불행하게 여기는 것은 그 역시 모신문사의 간부급 언론인 출신이라는 사실이다. 영문 번역에 잘못된 점이 있다는 해명도 참작하고 싶고, 언론 탄압의 의도가 꼭 있었다고도 믿고 싶지 않다. 그러나 ‘한국 언론은 1차적 사실 확인도 않고 기사쓰는 경향이 있다’는 등 무책임하고 파렴치하게 폄훼한 것은 유감이다.
언론인 출신의 윤리로나 고위 공직자의 품위로나 한국 언론을 왜곡하는 글을 굳이 외지에까지 기고한 것은 심히 당치않다. 국정홍보처장이 아니고 나라 망신을 자초한 ‘국치홍보처장’이란 생각을 갖게 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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