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 개원 직후 경제정의실천연합과 한글학회가 건의문을 냈다. 국회의 틀을 고쳐야 할 것들이 많지만 그 가운데 가장 시급한 것이 국회의 보람(배지)을 한글로 바꾸는 일이라고 했다. 국민의 대표임을 상징하는 배지 안에 있는 본디 글자가 ‘나라國(국)’을 나타내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그 의미와 형태가 크게 잘못돼 오해를 불러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곧 ‘○’을 ‘입구(口)’로 보아 ‘口+或=國’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를 단순한 테두리로만 볼 경우에는 ‘혹(或)’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국민의 일부는 우리 국회를 지난 50여 년 동안 나라의 민의 기관이 아닌 의혹, 유혹과 미혹으로 얼룩진 정치사로 인식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안에 한글로 국민의 대의 기관임을 뜻하는 글자를 넣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였다. 한글학회 등은 건의서에서 “첫째, 국회의원 보람에는 한글로 ‘국회’를 상징하는 표현을 해야 합니다. 둘째, 국회의원의 이름패도 원칙적으로 한글로 제작하여 보급하되, 필요한 의원은 한글과 한자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하면 될 것입니다”라고 말하고 현재 국회 배지에 있는 ‘或’자를 떼어내고 한글로 ‘국회’라고 표기할 것을 주문했다.
배지의 “國자가 의혹을 뜻하는 ‘혹(或)’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등원 이후 배지를 한번도 달지 않은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한글 금배지’를 달았다. 6월30일 시민단체인 한글문화연대가 직접 제작한 한글 배지 100개를 전달한 것이다. 이 한글배지는 경제정의실천연합과 한글학회가 건의한 대로 ‘○’안에 한글로 ‘국회’를 넣었다.
국회사무처가 “배지 도안 규정은 있으나 착용 의무는 없어 뭘 달든지 의원 마음”이라고 하니 국회의원들이 한글 금배지를 달았으면 좋겠다. 마침 6월15일 노회찬 의원 등 여야 의원 35명이 의원배지와 국회깃발의 한자 ‘國’자를 한글 ‘국’으로 바꾸는 내용의 국회법 규칙 개정안을 제출했다. 국회 깃발에도 ‘국’보다는 ‘국회’ 또는 ‘나라’로 쓰자고 했을 걸 그랬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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