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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8 (화) 메뉴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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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매거진’

농촌진흥청이 격월간으로 발행하는 ‘그린 매거진(Green Magazine)’은 기획특집, 소비자시대, 클로즈업, 핫이슈 등 큰 테마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농업이 나갈 길과 크고 작은 농업상식을 안내하는 농업교양지다. 통권 제16호가 최근에 나왔다. 매호마다 읽을거리가 꽤 많다. 그 중 ‘농사속담’은 농업에 관한 상식과 함께 사람들에게 삶의 지혜를 일러줘 유익하고 재미있다. 여름 농사철과 관련된 이런 속담들이 있다.

옛날 시골의 초가지붕에는 박 덩굴을 올려 키우는 집이 대부분이었다. 박 덩굴이 지붕 용마루를 넘을 때쯤이면 8월 하순경이 되는데 이 시기에는 보리, 감자 등 식량이 거의 떨어지고 올 벼나 고구마는 아직 수확하지 못하는 시기여서 사촌집이라 해도 가기가 조심스러웠다. ‘박 덩굴이 용마루를 넘으면 사촌집에도 가지마라’는 속담은 그래서 생겼다. 곤충들은 선천적으로 자연조건에 적응하는 능력이 있다. 곤충 중 몸이 작아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반딧불이가 높이 날면 바람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딧불이 높이 날면 바람이 없다’는 속담에 담긴 뜻이다. 또 곤충은 기상 환경에 매우 민감하다. 날씨가 맑을 징조를 느끼면 집을 짓고 먹이를 잡기 위한 활동을 시작한다. 곤충이 활동을 개시하면 날씨가 곧 개일 징조라는 것을 예감하여 ‘장마 때 거미집 지으면 날 든다’고 하였다.

‘풋벼 자랑과 딸 자랑하지 말라’는 속담도 있다. 벼를 키우면서 논에 거름을 많이 주면 벼 잎색이 짙어 벼가 마치 잘 된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 가을에 수확을 해 보면 쭉정이가 많아 수량이 떨어진다. 비료에 너무 욕심을 내지 말라고 경계하는 뜻이다.

여름철과 가을철에 벼가 자라는 논은 곤충들의 서식처라 할 수 있다. 논 주변을 날아 다니는 잠자리는 각종 해충을 잡아먹고 산다. 잠자리는 해충의 천적이다. 때문에 잠자리를 잡아버리면 해충의 수가 많아져 결국 농작물에 피해를 줄 수 있다. ‘잠자리 잡으면 벼이삭 삭는다’의 유래다. 요즘 들판에 나가보면 논에서 벼가 무럭 무럭 자라고 잠자리들이 해충을 잡아 먹는 지 벼포기 위를 날아다닌다. 그 모습이 보기에 좋다. 그러나 저러나 우리나라 농업과학의 심장으로 경기도 수원의 상징인 농촌진흥청과 연구기관들이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 계획에 따라 수원을 모두 떠난다니 못내 서운하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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