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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2 (수) 메뉴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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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소득과 불로소득, 상식이 통해야

우리는 경제, 또는 경제경책이라는 말을 들으면 골치 아프다거나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가까이 하지 않으려 한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상당부분은 경제문제를 들여다보고 경제정책을 논의하는 사람의 관점이 상식에 기반하지 않기 때문이다. 땀흘려 일해서 번 근로소득에 대한 세금은 가능한 한 낮추고, 축적된 부로부터 얻는 임대소득이나 이자소득, 부동산 매매소득, 또는 선대로부터의 상속이나 증여에 의한 소득과 같은 불로소득에 대한 세금은 가능한 한 높게 함으로써 국민들의 근로의욕을 고취시켜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불로소득은 객관적인 파악이 어렵다는 이유로 이러한 상식은 아직도 잘 통하지 않는다. 그러는 동안에 국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다투어 근로소득보다는 불로소득을 얻는데 더 열심히 뛰어왔다. 스스로의 근로소득을 바탕으로 자기 집을 마련한 사람보다는 아파트를 자주 사고판 사람일수록 더 크고 더 비싼 아파트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양도소득세를 비롯한 모든 세금을 하나도 빠짐없이 납부했다고 한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인가? 소득세는 소득×세율로 계산된다는 상식에 충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세 대상인 불로소득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미지수’인데도 불구하고, ‘미지수 × 세율 = 납부해야 할 세금’을 우리는 계산할 수 있었고, 이의가 있으면 증거를 대고, 없으면 세금을 납부하라고 했다. 과중한 세금은 나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증거를 대지만, 과소한 세금은 나한테 불리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납부하고 끝낸다. 이것이 국민들의 상식적인 행동이다. 그동안 양도소득세를 성실하게 납부한 것은 과소한 과세 때문이고, 그것은 ‘미지수’를 계속해서 ‘미지수’로 안고 왔기 때문일 것이다. 내년부터 부동산에 대해서는 그 구입가격을 등기부에 기재하도록 강제했기 때문에 부동산에 대한 ‘미지수’ 문제는 곧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사업자의 사업소득 파악은 여전히 ‘미지수’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미지수×세율=세금’이라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멍텅구리 계산을 통해서 부과된 세금을 납부하며 살아야 하는가?

국가는 국민들의 근로의욕을 고취시켜야 한다. 그래야 열심히 일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경제도 활발하게 움직인다. 하지만 근로소득에 대한 세금이 불로소득에 대한 세금에 비해서 너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 불로소득을 쫓아다니는 국민들도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외국의 한 금융사가 발간한 ‘아시아태평양 연례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주거지와 소비재를 제외한 100만달러 이상의 금융자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8만6700여명이고, 이는 지난해에 비해서 21%나 증가한 것이라고 한다. 100만달러의 금융자산에 연5% 정도의 정기예금금리만 적용하더라도 4천만원이 넘는 금융소득이 발생하여 금융소득종합과세의 대상이 되지만, 재경부 국감자료에 따르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로 신고한 사람은 2만3184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세금이 없는 천국으로 승천한 6만여 명에 대해서 합법적인 절세나 재테크로 설명하려 들 수는 있겠지만, 국민들이 그것을 상식적으로 이해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가진 놈들, 너희들끼리 다 해먹어라”는 푸념에 말없이 동의하는 국민들이 늘어나는 것을 걱정해야 할 것이다. 제도가 국민을 불로소득 추구로 몰아가면 우리의 장래가 어떻게 되겠는가!

/이 영 석 한국농업전문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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