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학부과정이지만 전공에 따라 직무를 선택했으며, 연구원으로도 진로를 선택할 수 있었다. 물론 각 기업별로 적성검사라는 것이 있었으나 그러한 시험을 위해서 학원을 다니는 등 따로 준비하는 경우는 전혀 없었다.
진학 희망자의 100%가 대학에 진학하는 요즘은 어떤가? 반에서 꼴찌하는 학생도 대학에 갈 수 있다. 취업을 위해서는 대학 1학년 때부터 스펙을 점검해야 한다. 전공을 가능한 적게 듣는 분위기가 팽배한 공대 졸업자의 경우 4~5군데 서류 탈락을 경험하는 이가 수두룩하다.
각 회사별로 직무적성검사 경쟁률은 이미 5대1이 넘었고 이를 위해서 1990년대에 대학학력고사를 준비하듯 본인이 희망하는 회사 입사를 위해 학원을 다니면서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학부에서 배운 전공은 취업 후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대략적으로 전공에 맞는 일을 수행하면 다행이라 생각한다.
이 얼마나 국가적인 낭비인가? 반값 등록금? 필자는 그전에 반드시 부실대학을 정리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국가장학금이라는 형태로 반값 등록금을 현실화시킨다는 정책이 발표되었을 때, 아마도 지금 대학 신입생을 모집하기 위해 중국 등 외국에서 검증되지 않은 학생들을 받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대학은 만세를 불렀을 것이다. ‘아! 이제 살았다’라고. 5년이면 자연스레 정리될 대학에게 국민 세금 영양제를 투입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모두가 불행하다. 공부를 별로 하고 싶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부실 대학에 들어가 졸업자가 된 경우, 취업의 눈만 높아지게 되어 취업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니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공부가 하기 싫은 학생들에게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실대학 교수의 경우에도 상당한 자괴감이 들 것이다. 대학만 졸업하면 뭐든지 스스로 하겠지 기대했던 부모들의 경우, 그 비싼 등록금에도 불구하고 취업 못하는 자식을 보는 심정은 얼마나 안타까울까?
이제 또 특성화 사업(몇몇 경쟁력 있는 대학이 반발해 이 사업을 포기했다.)이라고 해서 경쟁력 있는 대학의 정원은 4~10% 줄이고, 전혀 이러한 사업에는 관심이 없고 재단의 연명만이 주된 관심사인 대학은 정원을 유지하는 좀처럼 이해가 쉽지 않은 사업이 시작되었다.
경쟁력 있는 대학의 교수는 이 사업을 위해서 연구 및 교육에 쏟아야 할 시간을 쏟게 될 것이며, 이미 연구 및 교육은 하지 못하고 있었을 부실대학 교수들은 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학생모집 및 출석상황 점검에 쏟게 될 것이다. 이미 포화된 대학의 문제 해결은 아주 간단하다. 대학의 역할을 하는 대학은 더 잘할 수 있도록, 더 이상 대학이라고 보기 힘든 대학은 퇴출시키면 된다. 우리가 열심히 벌어 납부한 세금이 부실대학을 연명하게 하는데 사용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교범 아주대 전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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