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3년 북한의 NPT 탈퇴로 시작된 1차 북핵위기는 이듬해인 1994년 북미 제네바협상을 통해 북한 핵시설 동결로 해소됐고, 2002년 2차 북핵위기 역시 6자 회담을 통한 4년여 대화의 결과로 영변 원자료 폐쇄 및 냉각탑 폭파가 이뤄졌다. 제재와 압박, 도발과 긴장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대화의 끈을 놓지 않은 결과였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과거 정부의 제재와 대화를 병행한 북핵 제어정책을 무시하고 대화 없는 제재정책으로 일관하면서 상황을 악화시켰다. 보수정권은 북의 도발을 제어할 수단 중 하나인 남북경제협력을 전면중단했고, 일촉즉발의 상황에 대응할 핫라인마저 무너뜨렸다. 이 때문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계속했다. 4차례의 핵실험과 수많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미사일 발사가 이뤄졌다.
안보분야에서는 국방투자 증가율이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고 그나마 국방비마저 방산비리로 낭비됐다. 천안함 피격, 목함지뢰 사건 등 실질적 안보위기도 보수정권에서 발생했다. 대북 첩보를 수행해야 할 국정원은 보수정권의 선거 댓글 부대로 전락했다.
사드는 대표적인 외교 실책이다. 대북 제재의 성패는 중국과 러시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의 도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의 통과를 위해서도 중국과 러시아의 지지가 필요하고, 특히 중국은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 중단 등 실질적 제재의 키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는 사드를 귀띔도 없이 밀실에서 결정-도입-배치해 경제보복사태를 불렀다. 중국은 실질적 제재의 강도를 높이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고장 난 차를 닦고 조여서 외교·안보의 난맥을 풀고 있다. 미국과는 두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서 통상문제 등 자칫 노출될 수 있었던 양국의 이견을 물밑조율로 해결하면서 굳건한 동맹관계를 과시했다. 동시에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 해제 등 실질적 안보능력 강화의 성과도 얻어냈다.
중국과도 최대 난제인 사드 갈등을 해결하고 있다. 특히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을 통해 사실상의 사드보복 철회가 이뤄지고 있으며, 보다 강화된 북핵문제 공조를 위한 단초를 마련했다.
하지만 지난 정권의 안보 적폐, 외교실패에 책임이 있는 보수야당은 현 정부의 외교적 노력에 흠을 잡고 가십거리를 만들어 평가절하하기 급급하다. 미국과 관련해서는 있지도 않은 ‘코리아패싱’을 연신 외쳐대고, 사드갈등을 풀어낸 대중 외교에 대해 구걸이라고까지 폄훼하며 정치공세에 올인하고 있다.
사드 갈등이 누구로부터 비롯됐는지, 남북문제 관리에 아예 손을 놓아버린 보수정권 9년이야말로 코리아패싱 상태였다는 사실을 되짚어본다면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비판은 하되 정부의 외교적 노력에 힘을 보태야 할 책임 또한 지고 있는 것이 야당이다. 지금이라도 정치공세를 중지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초당적인 자세로 나서는 것이 지난 집권 시절의 ‘국정농단’, ‘외교·안보 실패’에 대해 보수야당이 국민에게 사과하는 길이다.
김경협 더민주 국회의원(부천 원미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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