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시 초입에 들어서면 우뚝 솟아 있는 기둥 형태의 커다란 시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높이 105m의 이 시설은 ‘하남 유니온타워’로, 한강과 검단산을 비롯해 하남의 아름다운 경관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고 지상에는 잔디광장과 산책로, 다목적체육관 등을 갖춘 공원이 조성돼 있다. 겉으로는 시민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도심속 여가공간으로 보이지만, 사실 지하에는 하수와 각종 폐기물을 처리하는 환경기초시설이 가동되고 있다. 높이 세워진 기둥은 악취를 재처리해 배출하는 굴뚝 역할을 한다.
하남 유니온파크ㆍ타워는 지난 2015년 국내 최초로 지하에 폐기물과 하수처리시설을 함께 설치한 신개념 환경기초시설이다. 3천3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건립된 이 시설은 그동안 혐오시설의 대명사로 여겨져 온 환경기초시설을 시민들이 찾아와 즐길 수 있는 친화적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해마다 여름철이 되면 아이들이 신나게 뛰노는 물놀이장이 문을 열고 넓은 잔디광장에서는 시민들을 위한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지며, 야외체육시설과 다목적 체육관도 갖춰 시민들이 건강한 여가생활을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하남시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하남유니온파크ㆍ타워는 전국 지자체뿐만 아니라 정부와 기업체, 외국에서도 끊임없이 벤치마킹이 이어지는 등 시민과 자연이 공존하는 모범사례로 호평을 받고 있다. 또 해마다 수 십만 명의 방문객들이 유니온파크ㆍ타워를 찾고 있다.
그러나 이 환경기초시설의 설치비용을 놓고 하남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소송을 벌이고 있다.
시는 미사강변도시 등 택지개발사업으로 환경기초시설 확충이 요구됨에 따라 이를 건립하면서 택지개발사업자인 LH에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하 폐촉법)과 환경부의 표준 조례안을 근거로 설치부담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LH가 폐촉법에 환경기초시설 지하화에 대한 비용 근거가 없고, 지상에 설치된 주민편익시설의 설치비용도 인정할 수 없다며 우리시를 비롯한 도내 9개 지자체에 설치부담금 부과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남지역에서 택지개발사업을 벌여 막대한 이익을 취했음에도 개발사업자로서 당연히 부담해야 할 환경기초시설 설치비용의 반환을 요청하며 공공기관의 본분을 망각하고 있는 LH의 처사도 문제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폐기물 처리시설의 지상 설치비용만 기준으로 정하고 있는 현행 법령에 있다.
법원은 이를 근거로 환경기초시설의 지하 설치비가 과다하게 부과되고, 주민편익시설 설치비용을 사업시행자에 부담하도록 한 환경부 표준조례도 법령의 위임한계를 넘어섰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하남유니온파크·타워가 성공적으로 안착될 수 있었던 것은 기피시설로 인식되어 온 폐기물 처리시설을 지하화해 악취나 오염 등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주민 반발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또 다양한 편익시설을 통해 주민기피시설이 주민친화시설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사태는 시민이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보장하며 친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시대적 흐름에도, 기존의 법과 제도가 이러한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기인하고 있다.
현행대로라면 각종 개발 사업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환경기초시설 설치비용을 모두 시민들의 세금으로 부담해야 하고, 시설의 지하화나 주민편익시설 조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사실상 설치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이에 시의회에서는 이러한 문제인식에 따라 이번 소송에 대한 철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지난달 발표했다. 이달 열리는 임시회에서도 동일한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다. 시민사회에서도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서명운동에 돌입하는 등 부당한 소송을 저지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하남시는 교산신도시 등 대규모 택지개발을 눈앞에 두고 있다. 비단 우리시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환경기초시설 설치를 둘러싼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현실에 맞는 법령 개정과 택지개발이익의 지역사회 환원 등 공공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합리적인 개선방안이 하루 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방미숙 하남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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