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취재윤리 공격, 격세지감
녹취록에 쏟아지는 집단의 관음
언론 취재에 재갈 물린 강요미수
2005년. 방송 Y사가 보도했다. “김선종 연구원이 증언을 번복했다” “취재팀의 협박과 회유를 받았다”. 다른 언론은 이렇게도 썼다. “취재팀이 ‘황 교수가 검찰 수사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황 교수를 죽이러 왔다’고 했다”. 취재팀은 MBC PD 수첩이다. 황우석 교수를 추적하고 있었다. 줄기세포 신화를 뒤집는 취재였다. 언론, 국민, 세계가 다 믿고 있었다. 준 충격이 워낙 컸다. 그 와중에 튀어나온 취재 윤리 논란이다.
담당 PD가 해명했다. ‘검찰 수사’ 운운은 맞다고 했다. ‘죽이러 왔다’는 취지는 아니었다고 했다. 하지만, 언론은 MBC 취재 방식을 계속 때렸다. 국민 47%가 ‘PD 수첩 보도가 줄기세포 연구에 걸림돌이 된다’(리얼미터)는 통계까지 댔다. 학계의 비판도 이어졌다. ‘연구실까지 쳐들어온 군부적 PD 수첩’(송호근 서울대 교수). MBC는 패륜 취재팀으로 몰렸다. 결국, 취재 윤리를 어겼다며 사과했다. 언론이 강요한 굴복이었다.
한참 뒤, 결론이 났다. 줄기세포 신화는 끝났다. 황우석 전설도 멈췄다. MBC는 특종을 취재하고 있었다. 다른 언론은 그런 특종을 탄압했던 것이다. 줄기세포 전설은 언론이 만들었다. 그 줄기세포에 MBC가 칼을 댔다. 그러자 언론이 MBC를 때린 것이다. 그때 꺼낸 무기가 취재윤리였다. ‘검찰 수사’ 언급을 협박으로 몰고 갔다. ‘죽이러 왔다’를 범의(犯意)와 뒤섞었다. 지금은 역사로 정리돼 있다. 언론에 의한 취재 탄압!
거의 꼭 닮은 사건이 터졌다. 2020년 7월, 채널A 이동재 기자가 구속됐다. 강요미수 혐의다. 사달은 수감 중인 취재원에 보낸 편지다. ‘유시민’ 비위를 달라고 했다. ‘만나고 싶다’고 했다. 죄로 엮여간 대목은 이런 거다. ‘검찰 수사가 강해질 수 있다’ ‘형량이 더해질 수도 있다’…. 강요죄에도 구성 요건이 있다. ‘폭행 또는 협박으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 ‘재소자를 협박해 유시민 진술을 하게 하려 했다’는 것이다.
강요죄 해석은 까다롭다. 박근혜 피고인의 무죄도 여기였다. 대법원이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 더구나 이 경우는 ‘미수’다.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취재도 못 했고, 기사도 없었다. 그런데도 강요미수라고 했다. 판사의 영장 발부 사유는 이렇다. ‘검찰과 언론의 신뢰 회복을 위해.’ 세상 시끄럽던 ‘검언 유착’ 논리다. 유착의 한 축은 ‘검(檢)’이다. 한동훈 검사장이 공범이어야 한다. 그런데 녹취록엔 그런 게 없다.
법학 교수 등 수사심의위원들의 결론도 그렇다. 한 검사장을 수사하지 말라고 했다. 방대한 수사 자료를 봤을 거다. 그렇게 나온 검토 결과다. 검사장이 죄 짓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이 기자는 구별했다. 기소하라고 했다. 검언유착이라며 요란을 떨었다. 그러더니 검(檢)이 조금씩 빠져나가고 있다. 언제부턴가 언(言)만 남았다. 교도소에 들어앉은 것도 기자 혼자다. 명칭도 서서히 검언유착에서 취재 윤리 위반으로 간다.
다 빼고 보자. 취재 윤리 위반은 어느 구석을 말하나. 검사장 녹취록에 ‘수감 중인 이 철을 압박하자’는 제의가 있나. 교도소에 보낸 편지는 ‘만나 달라’는 읍소가 전체 취지 아닌가. 이 기자와 후배 기자의 대화는 ‘이렇게 저렇게 해보자’는 내부 대책 협의 아닌가. 읽고 또 읽어도 내겐 그렇다. 백번을 양보해 취재 윤리 위반이었다 치자. 그러면 구속하는 건가. 언제부터 법이 비(非)윤리ㆍ부(不)도덕까지 수갑 채워 가뒀나.
집단 관음이다. 기자와 검사장의 만남을 몰래 보고 있다. 기자와 취재원의 편지를 몰래 보고 있다.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이 관음에 모두가 취했다. 저마다 관전평을 낸다. 공모로 들었다 하고, 협박으로 봤다고 한다. 집단의 난독ㆍ난청이다. 기자들은 오늘도 쓰레기통을 뒤진다. 시뻘건 김칫국물 사이에서 뭐라도 찾으려고 한다. 이 장면도 몰래 찍어 관음한다면 이럴 판이다. 취재윤리 위반이다. 절도죄다. 구속하라!
혹, 그 쓰레기통에서 권력의 비위를 찾고 있었다면 더 말할 것도 없고.
2005년, MBC는 외로웠다. 성역과의 싸움이었다. 권력 편에 선 언론의 공격을 받았다. 취재 윤리 위반이라며 난도질당했다. 죄가 아닌데도 사과해야 했다. 역사는 ‘취재 탄압’이라고 기록했다. 2020년, 이번엔 MBC가 공격자다. 권력의 뒤를 캐던 기자를 공격했다. 무기는 그때 그 거다. ‘취재 윤리 위반.’ 결과는 더 잔인하다. 퇴출됐고, 구속됐다. 검찰은 빠지고 기자만 처단됐다. 역사는 또 어찌 기록할까. 아마도 같지 않겠나.
‘채널A 기자 구속은 취재탄압이다.’
主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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