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소띠’해다. 60간지 중 흰색에 해당하는 신과 소를 뜻하는 축이 합해져 신축년 ‘하얀 소의 해’다. 작년 한 해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혼란과 변화의 시기를 겪었다. 올해는 작년 한 해를 반추하여 소처럼 우직하고 인내하며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기를 기원한다. 비 온 뒤 땅이 더 단단해지듯이, 신축년에는 더 이상의 부침없이 잃어버린 일상을 회복한 대한민국이 되길 소망한다.
소는 ‘농가의 조상’이라고 불리며 농경사회를 지낸 이 땅에서 가축 이상의 의미가 있는 존재이다. 노동력이자 운송수단이었고 급할 땐 목돈이 되기도 하였으며 물론 식량의 역할도 했다. 70~80년대에는 대학등록금은 소를 팔아 마련한다 해 대학을 ‘우골탑’이라 일컫기도 했다. 이렇듯 아낌없이 주는 소는 생구라 하여 마치 가족같이 여겨졌다. 생구는 한집에 함께 사는 하인을 의미한다. 현재는 일소에서 고기소로 바뀐 양상이지만 여전히 소는 가죽부터 뼈까지 남기는 것 없이 사람에게 모든 것을 내어준다.
서양 문화권에서도 ‘소’는 풍요를 가져다주는 소중한 재산에 비유된다. 1970년대 보스턴컨설팅그룹이 개발한 경영경제 용어 Cash Cow(캐시 카우)는 수익창출원을 의미한다. Cash가 돈이고 Cow가 젖소를 뜻한다. 즉, Cash Cow는 돈이 되는 확실한 자금원이다. Bull Market(불마켓)이라는 주식용어도 있는데 이는 장기간에 걸친 주가 상승이나 강세장을 의미한다. Bull은 황소를 뜻하며 황소의 뿔이 강하게 아래에서 위로 치받는 형태로 주가가 위로 올라간다고 묘사한 것이다. 동서양 할 것 없이 소는 우리 삶에 ‘풍요로움’을 가져다주는 존재이다.
소의 해가 찾아왔듯 2021년도에는 가가호호 풍요로움이 깃들었으면 한다.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시지사는 취약계층의 가정에도 풍요로움이 깃들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소처럼 나아가고 있다. 작년 한 해 약 1만 세대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물품지원과 심적지원을 진행하였으며,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약 3천 세대의 취약계층을 추가 발굴하여 지원하였다. 의료비·생계비·교육비 지원과 같은 긴급지원도 위기가정 158가구를 대상으로 실행하였다.
코로나라는 제약 속에서도 이와 같은 적십자 인도주의 활동이 가능했던 이유는 ‘나보다 더 어려울’ 누군가를 위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1월 11일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코로나를 겪으며 깨닫게 된 마스크와 보건·운송·환경미화 업종에 종사하시는 필수노동자분들의 소중함을 언급하였다. 부서진 일상이라도 마스크와 필수노동자분들의 존재가 있었기에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적십자사도 취약계층의 일상유지를 위해 무소의 뿔처럼 나아가야 하겠다.
코로나를 겪으며 ‘혼자’가 아닌 ‘같이’의 힘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소를 생구라 부르며 사람 대접할 만큼 존중했던 나라와 국민이라면, 같이의 힘으로 이 위기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우보천리의 걸음으로 우직하게 인내하며 앞으로 나아가자. 위기를 극복하고 잃어버린 일상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은 이미 우리 안에 있다.
김창남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시지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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