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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2 (수) 메뉴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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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칼럼] 임기 보장, 약속(約束)에서 조례(條例)까지

道는 임기보장, 市는 임기퇴출
4년 뒤 ‘김동연 사람 다 나가라’
‘김동연 뜻’ 정착시킬 조례 필요

김동연 지사의 말은 정확히 이랬다. “아주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임기제 공무원의 임기나 공공기관 임원의 임기는 보장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겠다.” 원칙은 ‘임기 보장’이고, 변수는 ‘특별한 사유’다. 이게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될지는 모르겠다. ‘인사 변수’가 곧 ‘특별한 사유’일 때도 많다. 그럴 땐 임기가 지켜지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 한마디를 소중히 들은 이들이 있다. 선거 후 좌불안석하던 산하기관장들이다.

김 지사 이전에 임명된 산하기관장은 27명이다. 11 자리가 공석이다. 이건 채우면 된다. 주목할 건 임기 남은 16명이다. 누구는 연명하려고 노력 중이었다. 누구는 마음 비웠다며 손까지 놓고 있었다. 김 지사의 말 한 마디가 이들의 동요를 한방에 잠재웠다. 인사권자로서 통 큰 선언임에 틀림 없다. 언론도 한바탕 소동을 예상하고 있던 터다. 이렇게 간단한 일이었나 싶기도 하다. 그런데 이건 경기도만의 얘기다.

중부권에 한 신임 시장의 말이다. “정치적으로 철학이 다른 사람과 같이 근무할 수 없다.” 시 자원봉사센터, 시 청소년 육성재단, 시 도시공사본부, 시 체육회 등을 지목하고 있다. 시청 과장들이 그 ‘악역’을 도맡아 바쁘다. 서부권 다른 시장의 말도 전해진다. “공직자 출신 산하기관장들이 말을 안 듣는다.” 그만두지 않는 기관장을 겨냥하고 있다. 시 산업진흥원장, 시 시설공단 이사장이 이 불만의 당사자다.

시장들만 탓할 수 있을까. 그들에겐 현실이다. 행정을 지배하는 것은 정치다. 그 정치엔 선거가 따른다. 선거란 필히 구원(舊怨)을 남긴다. 당(黨)이 다른 사람끼린 더하다. 4년 전에 시장·군수 29명이 민주당이었다. 이번에는 22명이 국민의힘이다. 최소 20곳에서 시장 군수의 당이 바뀌었다. 얼마 전까지 정적의 곁에 있던 기관장들이다. 거창하게 철학을 말하지만 속내는 자리다. 내 사람 챙겨야 또 당선된다.

중앙정부는 어떤가.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지금 그렇다. 전 정부의 전현희 위원장이다. 임기가 남았다며 버틴다. 국무회의에서 쫓겨났다. 국정 업무 협조는 생각도 못한다. 거기가 어떤 기관인가. 청탁금지법, 이해충돌방지법, 공직자 행동강령, 공공재정환수법, 공익신고자보호법을 다루는 곳이다. 이게 다 엉망이 됐다. 버티는 전 위원장도, 쫓아내려는 정부도 못 할 짓이다. 결국엔 법 개정으로 모아진다.

오기형 의원(민주·서울 도봉을)이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을 냈다. 공공기관장 임기를 대통령의 그것과 일치시키는 내용이다. 2019년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었다. 기획재정위 등에서 논의됐으나 폐기됐다. 그 뒤 환경부·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이 터졌다. 이번에는 제대로 논의될 듯 하다. 대구시가 이걸 순발력 있게 받았다. 시장 임기에 맞추는 조례안을 만들어 의회에 넘겼다. 전국 최초라는 유명세까지 탔다.

대구의 조례안을 보면 ‘임기가 남아 있어도 신임 시장 임기 개시 전 임기를 종료한다고 돼 있다. 임기의 사전적 해석은 ‘임무를 맡아보는 일정한 기간’이다. ‘○년’ 또는 ‘○월’로 해야 적절하다. ‘신임 시장 임기 개시 전’은 적절한 문구가 아니다. 특정 직책 임기를 다른 직책의 임기로 정한 비논리적 조문이다. 말이 좋아 임기 맞추기지, 그냥 ‘합법으로 내쫓는 조례’다. 필요하더라도 자칫하면 차악(次惡)이다.

김동연 지사의 뜻은 이럴 거다. ‘후임자가 전임자 인사를 존중하고, 재신임 받은 기관장은 최선을 다하고, 그래서 중단 없는 행정을 펴간다.’ 좋다. 정착되길 바란다. 이로써 4년 주기 기관 파행의 폐습이 끝나길 바란다. 이를 법으로 정해두면 더 좋을 것이다. 뭐 길게 늘어놨는데, 결국 ‘경기도만의 임기 조례’를 만들어 보라는 얘기다. 2년씩 두 번, 3년에 1년.... 많은 의견이 들린다. 토론하면 좋은 게 나올 거다.

4년 금방 간다. 4년 또는 그 뒤엔 누군가가 도지사다. 그 누군가가 “김동연 지사 사람들 다 나가라”고 한다면.... 그건 막아놔야 하지 않겠나.

主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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