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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프리즘] 남의 땅에 건물 무단증축 처벌 안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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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준 법무법인 제하 대표변호사

최근 다른 사람이 소유한 땅에 무단으로 건물을 지었더라도 재물손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러한 판결이 나왔다는 기사를 접하면 ‘판사가 제정신인가?’, ‘그럼 땅을 뭐하러 사나, 남의 땅에 건물지으면 되는데?’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해당 기사의 댓글을 보니 그와 같은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그럼 땅 주인은 거지가 되네’, ‘판사땅 어디에 있는지 알면 건물짓고 살고싶네’와 같은 댓글이 있었다.

 

그럼 이번 판결도 국민 법감정과 동떨어진 판결로 볼 수 있을까? 우선 재물손괴죄는 형법 제366조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기 효용을 해한’ 경우에 성립되는 범죄이다. 본 사안의 경우 타인의 토지는 부동산으로 재물에 해당하고 그 위에 무단으로 건물을 지은 행위는 해당 토지의 효용을 해하는 것으로 볼수도 있다. 위 사안에서 1심 법원은 재물손괴죄에 해당된다고 하여 징역 6월의 실형을 선고하였으나 2심 법원은 무죄를 선고하였고, 대법원 또한 토지의 효용을 ‘누리지’ 못하게 된 것일 뿐 토지의 효용 자체가 ‘침해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경제학에서 사용되는 효용의 의미를 보면 재화와 용역의 사용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주관적인 만족을 측정하는 단위로 정의하는데, 위와 같은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땅 주인의 주관적인 만족은 자신의 땅에 타인이 무단으로 건축한 건물로 인해 떨어졌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대법원 판결은 땅주인이 자신의 땅을 사용하지 못하더라도 땅의 모양이나 가치가 변화되지 않았으므로 이는 땅의 효용을 누리지 못하게 된 것이지 효용이 침해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물론 본 사건의 경우 땅 주인은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 즉 무단으로 건축한 건물의 철거를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자신의 토지를 되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민사적인 방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남의 토지에 ‘고의로’(측량 실수로 인해 남의 땅의 일부를 침범한 것까지 처벌하자는 것은 아님을 밝힌다) 건물을 신축하는 행위에 대해 민사적으로 해결하라는 것은 토지소유자 입장에서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닐까?

 

민사소송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실제로 철거되기까지 토지소유자가 토지사용료를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금액이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위와 같은 사안에서는 재물손괴죄로 처벌함으로써 타인의 재산권을 고의로 침해한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릴 필요성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위 대법원 판결로 인해 남의 땅에 무단으로 뭔가를 하려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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