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흥구 인천시사회서비스원장
새해 첫날에 일본 이시카와(石川) 현 노토(能登)반도를 강타한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지고 많은 인명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는 뉴스 속보를 보고 크게 놀랐다. 노토지역이라면 26년 전부터 인연을 맺어온 곳이 아닌가? 곧바로 안부가 궁금해 전화했더니 연락이 되지 않다가 최근 어렵게 소식을 알 수 있었다. 지인 중 한 분은 건물이 파손돼 집에도 못 들어가고, 어느 분은 병원에 입원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필자가 이 사람들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98년 7월 인천시청 문화예술계장으로 근무할 당시 일본의 조그만 소도시 ‘노토초(能登町)’에서 있었던 ‘한일 민속문화에 대한 포럼’에 참석하고 부터다. 일본 NHK방송에서 이 지역출신 사진작가가 촬영한 인천의 ‘황해도 평산 소놀음굿(국가무형문화재 제90호)’을 방영했는데 이를 보고 포럼에 필자를 초청한 것이다. 이후 인천에서도 이 사진작가를 초청해 사진전을 개최하기도 하고 이를 계기로 거의 격년제로 서로 다방면에 교류가 시작됐다. 현직에 있을 때는 물론 퇴직하고도 인천시의원으로 있으면서 계속해 한일 문화교류의 가교역할을 하게 됐다.
인상에 남는 것은 이 지역에서만 출토되는 희귀한 돌의 일종인 불석(佛石)을 전시하고 싶다고 해 ‘인천시수석협회’와 교류전을 갖기도 했고 2005년에는 ‘인천시립교향악단’을 초청해 이시카와현청 소재지인 ‘가나자와(金澤)’시와 시골마을인 ‘노토초’까지 찾아가 공연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2019년 11월 ‘노토초 문화협회 창립 15주년 행사’에 ‘한뫼 무용단’(단장 오은명)을 초청해 수준 높은 전통무용으로 이 지역 주민들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인구 1만여명에 불과한 노토초 주민들과의 문화교류는 지속돼 왔다. 노토반도는 유명한 관광지가 많지만 이번에 많은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노토의 아름다운 해변과 내륙의 작은 농촌마을들 그리고 갈 때마다 늘 묵었던 시골 한적한 ‘야나기다무라 국민숙사(柳田村國民宿舍)’는 지진 피해가 없었는지 궁금하기 그지없다. 26년 동안이나 교류가 지속돼 온 것은 서로의 믿음과 따뜻한 정이 통했기 때문이다. 한일 간의 갈등과 감정대립으로 어려움도 많았으나 그동안 쌓아 온 신뢰로 극복해 왔다. 당국의 지원과 협조 없이도 오직 일본 내 혐한 감정을 해소하고 국위선양에 앞장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이제껏 지속돼 왔다. 이제 지진 피해가 복구되면 다시 고통을 겪고 있는 노토초 주민들을 위로하기 위해서도 찾아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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