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연 前 평택교육지원청 교육장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중고교생 사교육비 총액이 27조1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4.5% 점증했다. 사교육 수강 목적은 일반교과는 학교수업 보충 49.6%, 선행학습 24.0%, 진학 준비 14.2% 순이며 예체능은 취미·교양·재능개발 목적이 63.0%로 가장 높게 조사됐다. 산술해 보면 가구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맞벌이 가구일수록 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높게 나왔다. 여기에 파악되지 않은 숨겨진 개인 과외비를 더하면 상당한 사교육비가 지출됐을 것이라 추론해 본다.
이 같은 사교육비 지출은 개인은 물론 국가•사회적 비용의 주범으로 가정경제 약화, 학생들의 과도한 학습 부담과 스트레스 유발, 사교육의 균등성 부족으로 인한 국민통합 저해, 취약계층 및 사각지대 학생의 교육 기회 불평등으로 인한 교육 격차 심화, 학교 교육체계의 약화로 공교육 신뢰 저하, 과도한 사교육 시장의 부작용 초래 등 열거하기조차 버겁다. 윤석열 정부도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여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사교육에 대한 대응은 백약이 무효다. 역대 어느 정부도 사교육 시장과의 경쟁에서 이긴 정권은 없었다.
우리나라 학부모의 만트라(mantra•呪文)는 명문대 진학과 또래 학생보다 비교 우위에 서고 싶은 과도·오도된 교육열에 있다. 올해 교육부의 역점 정책을 보면 ‘늘봄학교’ 운영이다.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학교에서 학생 맞춤형 교육활동으로 이는 교육 격차 해소 및 맞벌이 가정에서 바라는 정책이다. 다음으로 인공지능 기반 온라인 맞춤형 학습 시스템 확대다.
학생의 개별 학습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처방이 가능한 EBS 학습진단시스템 ‘단추’, 수학수업 지원시스템 ‘똑똑! 수학탐험대’, 일대일 영어 대화 연습시스템 ‘AI펭톡’ 등 인공지능 적용 학습 시스템의 확대다. 더불어 2025년에는 ‘케이(K)-에듀 통합 플랫폼’을 전면 개통해 개방형 유통 시스템을 구축하고 자기주도 학습체계를 지원하며 미래교육 환경을 조성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한국형 교육의 유니버스(Universe•분야, 세계)가 열리고 있다.
이러한 정책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교사가 이끄는 교실 혁명’에 주목한다. 우리나라 인재 5%에 든다는 교사의 역량은 수준급이다. 교육의 성장을 저해하는 점진적 죽음의 증상들은 신호를 보내지 않는 특징이 있다. 대도시 중•소도시 도서 및 농•산•어촌으로 산재해 있는 교육 현장에는 다양한 교육 기제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교육정책은 복안적(複眼的)이어야 한다. 고르디우스의 난마처럼 얽힌 해법은 교사들에게 혁명적 수준의 학급운영 자율권 보장이다. 그 후 ‘교사가 이끄는 교실 혁명’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파격적인 행정•재정 지원과 자율권 보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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