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호 정치부 차장
얼마 전 캡틴 아메리카가 구속됐다. 사실은 미국 마블의 인기 캐릭터인 캡틴 아메리카의 복장을 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 얘기다. 주한 중국대사관과 경찰서 난입을 시도한 혐의로 구속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심지어 이 남성은 미국 중앙정보국(CIA) 블랙요원이자 미군 예비역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찰 조사 결과 육군 병장으로 제대했으며 미국으로 출국한 적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성조기를 온 몸에 두른 듯한 ‘코스튬플레이’는 미국도, 한국도 품지 못한 허황된 몸짓으로 남았다. 세계인의 영웅 캐릭터인 캡틴 아메리카와 전혀 동떨어진, 경찰 수사까지 받는 피의자 신세가 됐다.
최근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는 캡틴 아메리카의 동료인 ‘팔콘’ 샘 윌슨이 겪는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로서의 무게감과 분투를 담았다. 미국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자리 잡은 캡틴 아메리카는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탄생했으며 평범한 인물이 초인적 힘을 갖고 특별한 방패를 들고 적에 맞서는 모습을 수십년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을 상징하지만 세계의 평화를 상징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상징의 미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자국 중심주의 관세 정책과 비교하면 거리감이 있어 보인다. 결국 캡틴 ‘아메리카’는 지금 인접국이나 다른 여러 나라에도 불안감을 가져다 주고 있다. 한국도 이 같은 관세전쟁에서 결코 예외는 아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변론 종결이 25일 있었다. 12·3 계엄 이후 사태 수습을 위한 여러 절차를 거치고 있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은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한국은 미국과 동맹이면서 한때 반미 감정도 있었던 만큼 숙명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11년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영화의 국내 제목이 ‘캡틴 아메리카’가 아닌, 부제였던 ‘퍼스트 어벤저’인 걸 봐도 당시의 분위기를 알 수 있다.
보수집회에서는 꾸준히 태극기와 성조기가 함께 펄럭인다. 캡틴 아메리카까지 등장해 난동을 부렸다. 다시 한번 미국과 한국에 대한 묘한 괴리감을 느끼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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