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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기관마다 정의 제각각…여전히 그늘 속 [그림자 가장이 산다②]

복지부 13~34세·경기 34세 이하 등 기준 달라…규모 불명확
道 가족돌봄 청소년 2만여명 최다…12개 지역 지원조례 제정
전문가 "정의·실태 명확히 하고 자립 지원 체계 통합해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가족돌봄 청소년은 ‘그림자 가장’ 신세다.

 

우리 사회는 이들에 대한 정의조차 분명히 내리지 못하고, 정확한 현황도 집계하지 못하며, 제도적으로 아무것도 정돈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 지역·기관마다 정의 제각각인 ‘가족돌봄 청소년’

 

10여 년 전만 해도 부모 대신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아이들을 지칭하는 말은 ‘소년소녀가장’이었다. 하지만 지난 2014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가 ‘소년소녀가장제’ 폐지를 권고하면서 지원 정책, 지원 대상이 축소됐고 개념마저 희석됐다.

 

지금은 부모를 경제적으로 부양하는 역할과 함께 조부모·친인척 등 성인 보호자의 가사를 돕거나 돌보는 역할까지 포함되면서 ‘가족돌봄 청소년’으로 용어가 바뀌는 추세다. 하지만 아직 명확한 개념이 정립되진 않았다. ‘가족’, ‘돌봄’, ‘청소년’의 범위를 각각 어디부터 어디까지 봐야 할지 모호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병이 있거나 경제력이 없는 가족구성원을 직접 돌보는 청소년’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지역 및 지원 기관마다 대상과 표현 명칭 등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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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는 가족돌봄 청(소)년을 ‘돌봄이 필요한 가족과 함께 거주하면서 돌봄을 전담으로 책임지고 있는 13~34세 청(소)년’이라 설명한다. 보건복지부가 지원‧관리하는 지역사회 내 전담기관 청년미래센터에서도 이 개념에 부합하는 청소년‧청년들을 돕는다.

 

지역별로는 조례마다 기준이 제각각이다.

 

경기도의 경우 ‘부모가 사망·이혼·가출하거나, 부모를 포함한 가족 구성원이 장애·질병·정신이상 또는 약물 및 알코올 남용 등으로 노동능력을 상실해 사실상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34세 이하’를 가족돌봄 청(소)년이라 본다. 서울특별시는 ‘9세 이상 34세 이하’, 경상남도는 ‘13세 이상 39세 이하’, 강원도는 ‘14세 이상 39세 이하’ 등 세부 내용이 전부 다르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은 양지원양(12·수원·가명)의 경우, 유일한 가족인 아버지가 뇌 질환으로 4년간 입원 치료를 받고 현재까지 2년째 무직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도에선 가족돌봄 청소년으로 볼 수 있어도 강원도에선 ‘연령 기준(14세 이상)’에 미치지 못해 대상자에 해당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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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돌봄 청소년은 인원수마저 파악할 수 없는 ‘그림자 가장’과 같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장종태 의원실(더불어민주당·대전서구갑)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 2023년 11월 ‘가족돌봄청년 정책 수요 분석 및 지원 사업 추진방안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복지부는 인구주택총조사 자료와 건강보험 빅데이터 자료를 토대로 만 13세부터 34세까지의 가족돌봄 청(소)년 규모를 추정했다. 그 결과 대상자는 전국 약 9만2천93명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도 내 가족돌봄 청(소)년 수가 2만191명(21.9%)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서울 1만3천954명(15.1%) ▲부산 6천130명(6.6%) ▲경남 6천102명(6.6%) 순이다. 반면 세종(409명·0.4%)과 제주(1천552명·1.6%)는 낮은 축에 속했다.

 

이 외에 국회입법조사처 약 18만4천명~29만5천명(2022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약 11만8천명~63만4천명(2022년), 한국사회보장정보원 약 5천556명~17만1천787명(2024년) 등 조사 주체마다 추정치는 각기 다르다. 어느 하나 엇비슷한 수치가 없을 뿐더러, 데이터 활용의 기준도 불분명해 ‘추정치’의 폭마저 커 가족돌봄 청소년은 여전히 그늘 속에 있는 실정이다.

 

■ 경기도와 12개 시·군, 지원 조례 제정했지만 대상 천차만별

 

경기도 내 일부 지자체는 조례를 통해 가족돌봄 청소년을 돕고 있지만, 이를 통합 관리할 컨트롤타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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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도내에서는 경기도 조례를 비롯해 ▲고양시 ▲광명시 ▲광주시 ▲부천시 ▲성남시 ▲용인시 ▲의왕시 ▲군포시 ▲하남시 ▲이천시 ▲구리시 ▲김포시 등 12개 지역에서 총 13개의 조례를 세웠다.

 

경기도는 ‘경기도 가족돌봄청소년 및 청년 지원에 관한 조례’를 2023년 5월에, 하남시는 '하남시 가족돌봄 청소년 및 청년 지원에 관한 조례’를 지난해 5월에 제정한 식이다.

 

각 조례에 따라 광명시는 추가 돌봄 서비스, 심리상담, 자기계발 등을 지원하는 ‘가족돌봄청년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고, 성남시는 월드비전 성남종합사회복지관과 함께 ‘성남시 가족돌봄 청소년 발굴 및 통합 지원 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지원에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내용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어서 지원 희비는 엇갈린다.

 

경기 남부에 거주하는 만 9세 김정우군(가명)은 현재 어머니가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아버지는 비수도권에서 근무하고 있어 주양육자는 할머니다. 하지만 최근 할머니가 간암을 앓으면서 아버지의 수입이 전부 병원비에 쓰이게 됐다.

 

이런 김군은 조례상 ‘의료 지원사업’을 유일하게 내세운 고양시에서는 아픈 할머니에 대한 식사 및 돌봄 서비스 등을 만 13세부터 지원 받을 수 있지만 나머지 지역에선 받을 길이 없다.

 

또 조례로 ‘교육 지원’을 내건 광주시나 김포시 말고는 교육 관련해서도 딱히 지원 받을 방법이 없다. 이 외 수원시, 과천시, 가평군 등 조례 자체가 없는 곳에선 특히 아무런 기대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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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유동수화백

 

■ “가족돌봄 청소년 자립 돕고, 중노년 추가 돌봄 지원해야”

 

전문가들은 가족돌봄 청소년 지원 확대를 위한 제도적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초고령화 가속화로 향후 가족돌봄 청소년 수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지금부터라도 정의 및 실태를 명확히 하고 지원 제도를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박은하 용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와 같은 미흡한 지원 체계 속에서 가족돌봄 청소년들이 계속 성장한다면 앞으로도 끊임없이 돌봄 문제가 악순환할 수밖에 없다”며 “제도적으로 돌봄의 굴레를 끊어주지 못할 경우 결국 이들 또한 미래에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고 돌봄 받아야 하는 사회 구성원이 돼버릴 것이고 결국 국가의 부담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박 교수는 “가족돌봄 청소년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지원 체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들이 돌보고 있는 중노년층 등에 대해서 국가가 추가 돌봄을 지원하고 가족돌봄 청소년들의 정서적 어려움 등을 동시에 케어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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