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도 중국 어선에 침해를 당한 지 오래다. 최근에는 ‘깃발 꽂기’ 수법으로 농락당하고 있다. 중국 어선이 아르헨티나 국기를 꽂고 조업하는 수법이다. 아르헨티나 오징어잡이배의 90%가 이런 경우였다고 한다. 참다 못한 아르헨티나가 군사 작전을 폈다. 코르벳함, 수송기, 대잠초계기까지 동원됐다. 아르헨티나 국방장관이 직접 초계기에 타서 지휘했다. 올 초 외신이 전했던 생생한 모습이다. 중국과 인접한 우리는 어떤가.
백령도, 연평도 인근은 황금 어장이다. 3~4월 꽃게철부터 어군이 형성된다. 때 맞춰 중국 어선들이 대거 몰려든다.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특히 집중된다. 밤 사이 NLL을 넘어와 조업한 뒤 북상하는 수법이 용이해서다. 성수기에는 하루 100여척이 이런 짓을 한다고 한다. 어획량을 배정받은 선박의 불법행위도 골칫거리다. 비밀 어창 설치, 조업 일지 조작, 불법 어선 합류 등이 비일비재하다. 우리 해경의 퇴치 작전이 늘 전개된다.
하지만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다. 줄어들기라도 하면 좋을 텐데, 그럴 기미도 없다. 오히려 그 수법이 교묘하고 대범하고 분업화했다. 그 상징적인 사건이 24일 발생했다. 300t급 중국 어선 한 척이 우리 해경에 나포됐다. 백령도 해상에서 발견된 선박이다. 이 선박의 용도가 흔히 알던 불법 어로가 아니다. 연료를 싣고 다니며 해상 주유를 하는 배다. 중국 국적 선원 4명이 타고 있었다. 중국 어선 28척에 연료와 식자재 등을 제공했다.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서해5도특별경비단이 적발했다. 해군과 공조해 인천해경 전용 부두로 압송했다. 서해 불법 조업 어선에 연료를 주유하던 배다.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생태계가 완성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대한민국 수역에서 중국 어선이 고기도 잡고, 기름도 넣고 있다는 얘기다. 불법 어로 어선 나포는 2024년에 46건 있었고, 2023년에도 54건 있었다. 하지만 어선이 아닌 주유 선박 나포는 다른 문제다. 상황을 다르게 봐야 한다.
앞서 아르헨티나의 대응을 소개했다. 해군이 군사 작전을 시행하고 있다. 국방부 장관이 초계기에서 지휘했다. ‘세계 국방력 40위’ 국가의 ‘마레 노스트룸(우리 바다)’ 작전이다. 의지를 보여주려 한 작전일 것이다. 세계 국방력 6위, 대한민국의 서해도 중국에 유린당하고 있다. 경찰이 힘겹게 막지만 틈만 생기면 밀고 들어왔다. 그럴 때마다 피해 바다가 넓어졌고, 피해 어민도 늘어났다. 급기야 ‘해상 주유소’까지 버젓이 등장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 정부의 서해 수호 의지 선언이다. ‘유연한 외교’가 ‘유연한 서해’일 수는 없음을 보여야 한다. ‘서해 바다 도둑질’은 한중 협상의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 상징적이고 직접적인 표현이 바다 위에서의 단호한 대처다.
댓글(0)
댓글운영규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