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의 ‘말바꾸기’

국민회의와의 합당을 둘러싼 자민련 내분양상은 여권내부의 속사정이다. 청와대, 김종필 총리, 국민회의를 축으로 한 합당론과 박태준 자민련총재, 상당수 충청세 국회의원, TK정서를 축으로 하는 반대론이 만만치 않다. 신당창당에 앞서 곧 해체할 국민회의가 자민련과 당대당의 합당을 서두르는 것은 고도의 기교다.

내각제는 이미 물건너갔지만 합당은 이를 최종 확인하는 것이 된다. 또 애시당초 내각제는 양쪽 다 꼭 실현한다는 생각보단 DJP공조에 명분을 쌓기 위한 희대의 정치연극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여권 두 당이 합당을 하든 말든 그엔 별 관심이 없다. 관심을 갖는 것은 말바꾸기를 일삼는 정치지도자들의 신뢰성 추락이다. 김총리의 최근 언행은 이를 의심케 한다.

김총리가 청와대를 다녀온뒤 기자회견을 자청, ‘합당불가’의 목소리를 높인 것이 불과 서너달 전의 일이다. 그런 그가 지금은 합당을 말하고 있다. 합당불가에서 그간 달라진 합당주장의 차이가 무엇인지엔 아무 설명이 없다. 그는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가에 따라 판단한다”고 곧잘 말한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그 사이에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많은 정치지도자들이 당리당략, 사리사욕의 속셈을 감추며 국리민복을 빙자하였다. 김총리가 이같은 의구심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납득되는 해명이 있어야 한다.

얼마전에는 “내뜻이 당론과 달라도 당론에 따르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당론’이란것 역시 그 자신의 편의적 해석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심지어는 엊그제 기자들에게 밝힌 말의 뜻도 얼마안가 다르게 바꾸었다.

정치를 하다보면 때론 선문답식언어가 필요하긴 하다. 그러나 모호한 의사표현의 남용은 국민을 기만하는 권모술수로 보이기가 쉽다. 하물며 말을 바꾸는 것은 더 말할 것이 없다.

지금은 정치지도자가 상황논리로 국민을 우롱할 수 있는 예전같은 낮은 민도가 아니다. 김총리의 정치적 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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