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명의 동생 나란히 장가가는 날

7남2녀중 장남인 편상기씨(44·부천시 원미구 상동)는 세명의 동생이 나란히 장가가는날 남몰래 감사와 감격의 눈물을 훔쳤다.

먹고 살기조차 버거웠던 60·70년대와 부천에 뿌리를 내리고 생활의 터전을 일궜던 80년대, 그리고 90년대까지 8명이나 되는 동생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악전고투했던 옛일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쳐지나갔기 때문일까.

편씨는 가난했던 청년기를 고향인 충청도에 묻고 13년전 부천으로 상경해 남의 집살이에 막노동 등 밑바닥 인생의 설움을 겪으면서도 설비업으로 생활터전을 닦고 동생들의 학비와 인생설계에 자신의 온몸을 던졌으나 동생들의 결혼이 늦어져 애를 태워야 했다.

서른을 훌쩍 넘긴 동생들이 지난 24일 한꺼번에 장가를 갔다.

이날 부천 반달 웨딩홀에서는 그동안 가정형편이 어려워 결혼식을 미뤄야했던 3남 상철(35)·5남 상호(31)·막내 상배(26)씨 삼형제가 나란히 아리따운 신부를 각각 아내로 맞이했다.

상철씨는 새신랑으로서 동생들에게 모범을 보이려 의젓한 모습이었고 노총각 딱지를 떼내려는 상호씨는 잔뜩 긴장된 모습이었으나 막내 상배씨는 연신 싱글벙글했다.

이들 세쌍의 신혼부부는 칠순을 바라보는 노부모에게 감사의 큰절을 올린뒤 자신들의 정신적 지주이자 인생의 버팀목인 큰형님 부부에도 감사의 포옹을 했다.

이들은 어려운 가정형편을 감안, 모두 신혼여행을 포기하고 큰형님집에서 온가족이 모여 잔치를 벌였다.

삼형제가 단란한 가정을 꾸리던 날 노부모와 편씨의 눈에서는 감격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부천=조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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