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청소년>②무분별한 술판매

지난달 30일 발생한 인천시 중구 동인천동 ‘러브호프’의 화재로 인한 사상자 134명 가운데 중·고교생으로 신분이 확인된 청소년은 모두 114명. 이 가운데 고교생 45명과 중학생 6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고교생 59명과 중학생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특히 아직까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망자 5명과 중상자 15명 가운데 상당수도 중·고교생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는 등 이번 사건의 사상자 대부분이 10대인 것으로 나타나 청소년에 대한 술판매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결국 이번 대형 참사사건의 주범 가운데 하나는 청소년에게 무분별하게 술을 판매한 ‘검은 상혼’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러브호프’ 화재로 병원에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김모군(17·W고2)은 “일주일에 3번 정도는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지만 한번도 주민등록증 제시를 요구 받은 적이 없었다” 며 “우리 반에서 술을 마시지 않는 친구는 거의 없다” 고 말했다.

이같이 청소년들에게 술을 팔며 주머니를 챙기고 있는 악덕업주들의 유혹은 동인천동 일대를 비롯해 주안역 앞과 부평5동 일명 ‘일번가’ 등지에서 손쉽게 만날 수 있다.

불과 수시간전 화마가 ‘러브호프’를 휩쓸고 간 31일 0시께 인근 S소주방. 출입문에는 ‘내부수리중’이라는 간판이 내걸렸지만 50여평 규모의 실내에는 20여명의 10대들이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같은 시간 인천시 남구 주안동 유흥가 밀집지역에는 인근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길거리로 몰려나온 10대들이 술에 취해 고성을 지르거나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워대는 등 무법천지를 방불케 했다.

호객 행위를 하던 한 10대는 “교복만 입지 않으면 술을 판다” 며 “단속정보를 미리 알기 때문에 적발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