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명의 생명을 앗아간 인현동 대형 참사에 대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술집의 불법영업을 방치한 행정당국, 학생들의 음주와 일탈행위를 방조한 교육당국, 청소년들의 술집 출입을 방관한 경찰당국 등 모두 막중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이번 대형 참사가 우발적인 화재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전형적인 인재(人災)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기관의 책임자들은 모두 발뺌하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문제는 행정기관의 업소 봐주기식 단속이다.
구청과 업소와의 유착의혹을 떨쳐 버릴 수 없는 대목이다.
지난 7월15일부터 무허가로 호프집을 차려놓고 청소년을 상대로 영업을 했는데도 관할 구청인 중구청은 단 한차례도 직접 단속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수사로 드러난 업주의 불법행위로 구청측이 지난 22일 뒤늦게 영업장 폐쇄조치를 내렸으나 사고가 난 당일에도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관련 업계에선 “구청 공무원들이 수개월째 불법 영업을 하고 있는 술집을 모른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 라고 일축하고 있다.
불법 영업행위를 못하도록 행정단속이 제대로만 됐어도 이번 불행은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구청장은 이번 사고의 책임을 시와 교육청에 돌리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1일 삭발을 한 이세영 청장은 삭발이유를 표명하는 자리에서 “시장과 교육감의 미온적인 태도에 분노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자신에게 쏟아질 문책 화살을 피하기 위한 정치적 행위로 지목된다.
오히려 향후 밝혀질 사고 진상에 대한 명확한 책임표명이 필요하다.
인천 교육당국도 51명의 학생을 숨지게 한 방조자로서의 책임을 면키 어렵다.
학생들에 대한 방만한 교외지도 책임은 당연히 교육청에 있기 때문이다.
1일 열린 인천지역 고등학교 교장회의에선 이번 사고의 문제점을 안전불감증 확산, 유해업소 출입 묵인 분위기, 학생들의 생활규범 미준수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교육당국의 책임을 통감하는 내용은 찾아 보기 어렵다.
심지어 인천지역 교육에 총괄적 책임을 지고 있는 유병세 교육감은 이번 사고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학부모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면서 “학생들이 술집을 찾는 것은 전국적인 현상”“학생들이 유흥업소에 가는 것을 막지 못한 책임의 일부는 부모에게도 있다고 본다” 고 말해 책임회피 발언을 앞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교외 생활지도와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데 대한 뼈저린 반성을 발견할 수 없다.
더욱이 이번 사고로 많은 학생들이 숨진 것은 사고 당일 있었던 13개 학교의 축제 뒤풀이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축제 이후에 대한 교육당국의 학생생활 지도가 없었다는 결론이다.
학부모들의 자녀관리 부재를 내세우기에 앞서 교육당국의 무책임이 당연 단죄의 대상이다.
청소년들의 술집 출입을 막아야 할 경찰 당국에 대한 책임론도 불가피하다.
사고를 낸 러브 호프집 주변의 중구 동인천동은 ‘청소년들의 해방구’로 알려져 있다.
이와관련, 인근 파출소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술집을 출입하는 것을 몰랐다”고 말했다.
방과후 거리로 나온 학생들이 수시로 찾던 동인천동 골목 술집을 경찰이 몰랐다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얘기고 그렇다면 경찰의 존재 이유가 없어진다.
그러나 어느 경찰당국자도 책임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공직사회의 무사안일과 직무유기가 판을 치면서 책임지는 풍토가 실종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개인의 안녕과 영화만을 도모하려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에 다름 아니다.
이번만은 책임자를 분명히 가려내 안전불감증과 직무유기에 대한 죄를 심판대에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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