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라이브Ⅱ 호프집 화재사건에 많은 학생들이 숨진 것과 관련 심각한 학교붕괴 현상과 청소년들을 탈선으로 유혹하는 사회구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최근 교사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중·고교생 10명 중 3명만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 학생들 중 21%가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했으며, 44%는 사회에서 졸업장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학교에 다니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이같은 설문조사는 최근 학교가 급속히 붕괴되는 현상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
실업계 고교에 다니는 김모군(15)의 경우 집에서나 학교 모두 적응하지 못하면서 학교생활 대부분을 낮잠으로 보내고 있다.
또 학교 수업이 끝나도 마땅히 할 것도 없어 도심을 배회하다 집에 들어오면 새벽까지 채팅을 한다.
부모들은 김군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담임교사는 김군이 전학을 가든지 아니면 사고만 치지말라고 주문하고 있다.
교사들은 부적응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고, 솔직히 이들을 생활지도할 자신이나 의욕이 없다.
3일 오후 수원 모고교 3학년 수업시간. 빈자리가 여기저기 보이고 뒷자리 4명은 아예 잠을 자고 있었지만 교사는 간섭하지 않는다.
같은시간 인근 PC방에는 교복을 입은 고교생들이 게임에 열중하고 있다. 이같이 상당수의 고교생이 학교나 담임교사로 부터 포기 당한채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
가정과 사회도 이들을 포기한 것은 마찬가지.
우리사회의 검은상술은 부적응 학생들을 유혹하고 가정은 학교에 책임을 미루고 있다. 청소년단체들은 의지는 있어도 공간이나 재정이 없고, 자치단체는 청소년의 문제는 교육계의 몫으로 돌리고 있다.
이에따라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수많은 청소년이 학교는 몰론 가정, 사회 모두로 부터 포기 당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방황하는 청소년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는 화려해 보이는 기성세대의 향락문화일 수 밖에 없다.
수원 S고교 김모교사는“현재의 학교체제는 학생들에게 포기를 강요할 수 밖에 없다”며“이제는 청소년들의 욕구에 맞게 학교밖에서 시간과 장소를 구애받지 않는 학습체계나 학교특성화 운영 등 사회전반적인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최종식기자 jschoi@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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