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몸을 담았던 직장을 뒤로 한 채 떠나는 사람의 눈물은 피붙이나 친구나 연인과헤어질 질때와는 사뭇 다르다. 회한과 약간의 미련과 아쉬움이 뒤섞인 탓이다.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성현(聖賢)들은“떠남은 또다른 만남을 기약하며 만남은 또다른 헤어짐을 기약한다”고 타일렀다. 그래서일까.
졸업을 굳이 시작(COMMENCEMENT)으로, 퇴사를 구태여 내일의 만남(FUTURE MEETING)으로 표현하는 서양인들의 고집(?)도 그런 의미에서 되새겨봄직하다.
그러나 만약 세월의 영고성쇠(榮枯盛衰)나 신진대사(新陳代謝) 또는 요즘 그 흔한 IMF에 따른 구조조정이 아니라 뭔가 문제가 있거나 불합리한 그 무엇에 의한 조치라면 그 눈물은 분명 분노와 깊은 슬픔으로 충만되기 마련이다.
최근 여주군이 진행하고 있는 구조조정을 바라보는 대다수 공무원이나 주민들의 시각은 아무래도 전자보다는 후자에 가까운 경우일듯 싶다.
내년 상반기까지 직원 32명을 감축한다는 게 당국의 계획이지만 잣대도 명확치 않은데다 기껏 설정한 잣대로도 집행되지 않고 있다는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는 탓이다.
속사정이 이렇다 보니 직원들이 이에 깨끗히 승복하길 기대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고 후배들을 위해 용퇴한 선배들도 뒷끝이 찜찜한 게 오히려 당연하다.
더군다나 조직이 군살을 빼기 이전에 일찌감치 물러났어야 할 공무원이 담당부서에 버젓히 근무하고 있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언론사로 익명의 투서를 보내는 지경까지 이른데는 필경 그 원인이 있다는 엄연한 현실을 당국은 직시해야 할 시점이다.
이 점을 간과한다면 빈대 한마리를 잡으려다 초가집을 다 태우는 우(愚)를 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여주=허행윤기자(제2사회부) heohy@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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