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 박물관과 국사학과가 조선후기 문화의 절정기였던 영·정조시대의 집자비(集字碑) 명품들을 모아 전통문화의 역량을 되새겨보는 ‘영·정조시대 집자비 명품전’을 12일부터 16일까지 경기도문화예술회관 소전시장에서 개최하고 있다.
집자비란 역대 명필들의 글씨를 모아 새긴 비석으로 한신대의 이 탁본 전람회는 이번이 15번째다.
지난해 선보였던 윤순, 이광사, 조윤형 등의 동국진체(東國眞體) 명품들이 조선 고유서풍의 고양된 수준을 보여주었다면, 올해 전시에선 조선 지식인들의 역대 명필과 서예에 대한 깊은 연구와 그에 입각한 또 다른 개성적 서풍의 전개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영·정조대 집자비를 모은 전시에서는 한국과 중국의 여러 명필들의 글씨를 한 곳에서 비교해 볼 수 있는데, 이중 김생의 글씨 3점은 처음으로 함께 공개하는 것이며 최치원 글씨를 모각한 비문에 ‘넉바회’라는 한글 문구를 넣은 특이한 작품이 발견돼 최초로 공개하는 것도 주목할만하다.
이번에 선보이는 왕희지·안진경·유공권·소동파·조맹부와 김생·한석봉·김수증 등 역대 명필 글씨의 재현 노력은 동국진체 유행의 밑바탕을 이루고있다. 영·정조대, 이른바 진경시대(眞景時代)의 이 두 서풍의 공존은 전통의 충실한 계승과 세련된 새로운 문화창조가 어떻게 동시에 구현되는 지를 보여준다.
집자비 건립은 중국에서 처음 시작됐고 우리나라에서는 사림사 홍각선사비(沙林寺弘覺先師碑)에서 처음 나타난 이후 특히 조선 숙종때부터 철종때까지 많은 비석들이 이런 방식으로 건립됐다. 집자비로 유행하던 역대 서체들은 영·정조시대의 조선 고유 서체이던 동국진체와 함께 꽃피웠다.
이에 한신대 박물관과 국사학과에서는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한·중 서예가들의 집자비 자료를 모으고 집자비에 대한 기획논문을 실은 도록을 발간해 조선시대 집자비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나갈 계획이다. (0339)370-6594/이연섭기자 ys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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