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근형사에게 절실한 것

전국이 새마을운동으로 한창 달아 올랐던 70년대엔 웬만한 건물 외벽에는 큼지막한 고딕체로 써놓은‘체력은 국력’이라는 구호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이 말은 국민의 건강한 체력이 뒷받침 돼야 산업 경제 수출 등 당대가 추구하는 선진국으로 향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자극을 불어넣기 위해 누군가 머리를 짜낸 것으로 생각된다.

흔히들 경찰의 꽃으로 외근 형사를 꼽는다. 이는 화려해서가 아니라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각종 범죄의 범법자들을 색출하고 검거하는데 최일선에서 사방팔방으로 고된 몸을 움직이는 그들을 지칭해 붙여진 것이다.

이런 꽃들이 격무와 피로에 누적돼 안스러울 정도로 지쳐 있다.

경찰은 88올림픽 성료후 80년대말부터 매주 수요일 일정시간을 체력단련의 날로 지정, 외근형사는 물론 전부서 직원들이 개인별 특기종목이나 기타 운동을 통해 체력을 보강하도록 했었다.

그러나 경찰관들의 체력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시행됐던 체력단련의 날이 처음 몇년은 그런대로 지켜졌지만 언제부턴가 감쪽같이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얼마전 화성경찰서 외근형사로 맹활약하다 파출소로 근무지를 옮긴 30대 경찰관이 최근 갑자기 병원에 입원했다. 진찰결과 뚜렷한 병명이 나오지 않았다.

수년간 외근형사로 활동하면서 쌓였던 피로가 환경변화로 다소 긴장이 풀리면서 나타난 증세가 틀림이 없다고 동료들은 이구동성으로 지적한다.

노동과 운동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 격무와 피로에 지친 이들에게 지금 절실히 필요한 것은 그들 자신의 체력을 적절하게 유지토록 하는 시간적인 배려일 것이다.

/화성=조윤장기자(제2사회부) yjcho@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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