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장터모습담은 장터사진전 개최

장(場)에 갔다오면서 선물을 사다주겠다던 말에 간밤 가슴설레며 겨우 잠든 자식들을 뒤로 한채 아버지는 이른 새벽 한 보따리 짐을 메고 장터로 나선다.

새벽부터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상인들이 각자 준비해 온 물건을 이곳저곳에 늘어놓으면 한바탕 장이 벌어진다.

‘그러고 보니 이니는 지난번 오산장에서 본 사람이고, 저니는 장호원장에서 본 사람이고…’ 장터에 모인 상인들은 대부분 전국을 떠돌며 자신들의 삶의 터를 일궈온 사람들이다.

토종닭 오리 거위 고양이 흑염소 등 동물농장을 연상케 하는 가축시장, 잉어 가물치 메기 뱀장어 등 살아 뛰노는 민물고기, 고추 깻잎 파 호박 무우 등 신선한 야채, 쌀 보리 수수 밀 등 잡곡과 어디어디 산속에서 채취했다는 듣도보도 못한 약초와 산나물, 흙위에서 굴러도 구멍이 안난다는 스타킹과 때밀이수건, 몽빼 바지.

이뿐만 아니다. 현란한 의상과 음악, 원숭이 재주까지 동원해가며 손님을 끌어 모으는 약장수에서부터 신나는 뽕짝 메들리를 엿가위 박자로 맞춰가며 흥겹게 춤을 추는 품바 엿장수, ‘뻥이요’를 외쳐대며 연신 기계를 돌려대는 뻥튀기 아저씨까지…. 장터엔 없는게 없고,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질긴 생명력으로 들썩인다.

흥겨움과 정겨움 속에 때로는 밀고 당기는 실랑이도 벌어지지만 시원스럽게 얹어주는 아낙네의 투박한 손은 후한 인심을 느끼게 한다.

‘오늘은 벌이가 꽤 괜찮은데…’ 걸죽한 막걸리로 노곤함을 달랜 아버지는 아내에게 줄 향내나는 하얀 분가루와 딸아이에게 줄 예쁜 꽃신, 귀여운 아들에게 줄 맛나는 사탕을 한아름 안고 해질녘 어슴푸레한 그 길을 콧노래 흥얼대며 집으로 향한다.

장(場). 현대 산업화와 도시화에 밀려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 질긴 생명력을 이어오고 있는 곳. 백화점 슈퍼마켓 등이 도심 곳곳에 자리해 예전보다 장보기가 편리해졌지만 그곳엔 장터에서만 느끼고 맛볼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없어 허전하다.

이제는 서서히 사라져가는 재래장터를 이번 주말엔 사진속에서 만나보면 어떨까.

3일부터 오는 8일까지 경기도문화예술회관 소전시장에서는 경기도에 있는 50여곳의 재래 장터 모습을 사진에 담아 ‘장터사진전’을 열고있다.

모란장, 마석장, 장호원장, 여주장, 안성장, 오산장….

서민들의 삶의 애환과 방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장터사진들은 중장년층에겐 그 옛날 향수를 달래주고 젊은 세대들에겐 또 다른 삶의 현장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있다.

전시에는 사진작가협회 경기도지회(지회장 김백길)가 경기문화재단의 후원으로 공모한 사진과 기성작가들이 함께 담아낸 장터 사진 100여점이 선보여지고 있는데 이는 곧 책으로도 출간될 예정이다. (0331)222-6255 /박인숙기자 ispark@kgib.co.kr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