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앞둔 경찰들 피곤한 밤

매년 연말연시를 앞둔 경찰들의 몸과 마음은 다른 여느때보다도 피곤하기 그지 없다.

아무래도 각종 모임이나 회식이 많은 때라 그만큼 술로 인한 사건으로 인해 곤경에 빠지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5일 밤 12시30분께 수원중부경찰서 송죽파출소에 들어서자 한 경찰이 술에 취한 운전자의 억지에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1시간 앞서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 한일타운 앞길에서 친구 고모씨(39)의 갤로퍼 승용차를 대리운전하다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강모씨(39)가 음주측정을 거부하다 파출소로 연행돼 와서도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단속현장에서 순찰차를 발로 차 부순 이들은 아직 술이 덜 깼는지 계속 큰 소리를 지르며 억지를 부리고 있었다.

이보다 늦은 새벽 2시30분께 동부파출소.

음주운전을 하다 단속경찰에 적발되자 6만원을 주고 빠져나오려다 ‘뇌물공여죄’까지 추가된 김모씨(37)가 고개를 숙이고 조서를 받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인근 G나이트에서 남자손님이 술에 취해 옆자리 손님과 시비를 벌이다 이를 말리는 종업원을 때리며 행패를 부린다는 것.

신고를 접한 경찰이 순찰차에 급히 무전연락을 취해 현장출동을 지시한다.

새벽 5시께 서호파출소에도 술을 함께 마시던 여자를 기분나쁜 말을 했다는 이유로 마구 때린 20대 남자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혀 왔다.

올해로 경찰생활 8년차라는 한 파출소 직원은 “많은 사건·사고를 접하지만 가장 다루기 힘들고 짜증나는 경우는 술로 인한 사건”이라며 “연말연시를 맞아 술로 인한 사건이 더욱 늘어날텐데 걱정이 앞선다”고 하소연한다.

이렇듯 연말연시를 코앞에 둔 파출소의 피곤한 밤은 어느새 아침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신현상기자 hsshi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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