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령 이후

단발령이 내려진 것은 104년전인 조선왕조 고종32년(1895년) 11월이다. 상투를 강제로 잘린 선비들은 부모에게 큰 불효를 저질렀다며 식음을 마다하고 호곡하기도 했다.

단발은 남자뿐만이 아니고 미혼의 여자들에게도 가해져 나중엔 단발랑(斷髮娘)이란 말이 생겼다. 그러나 여자들에 대한 단발은 강제가 아니어서 뒷머리를 치렁치렁하게 딴 전래의 처녀들 모습을 60년대까진 깊은 산골같은데선 더러 볼 수 있었다.

점점 단발에 익숙된 남자들은 ‘하이칼라’라 하여 머리에 잔뜩 멋을 부렸다. 머리카락에 광택과 방향을 내는 반고체의 포마드를 바르는 것이 크게 유행했다. 일본말로 ‘고데’질까지 했다. ‘고데’란 머리털을 지져 다듬는 가위 모양의 집게로 불에 달구어 포마드 질을 한 머리털을 가지런하게 지져 부치는 것으로 그래야 멋쟁이 노릇을 할 수 있었다.

1945년 광복이후 포마드가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한동안 유행된 것이 어깨까지 머리를 늘어뜨린 장발이었다. 1970년대엔 순경들이 가위를 들고 장발족의 머리를 길거리에서 자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장발로 즉심에 가는일도 있었다.

장발붐이 가고나서 1990년대에 불어닥친게 무스바람이다. 예전의 포마드대신 무스를 바른 지금의 젊은이들 머리에 다른게 있다면 꼿꼿하게 세우는 점이다.

‘고데’는 않지만 머리카락을 노랗게 만들어 뒷모습으론 남녀를 구별하기 어려울때가 있다. 세월따라 달라지는 것이 유행이긴 하다. 하지만 환경호르몬탓으로 민물고기의 수컷이 암컷으로 변하는 마당에 남성의 여성취향 또한 혹시 환경호르몬 탓이 아닌가 하여 걱정된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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