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기념관의 부실

구한말 열강의 국권찬탈싸움 속에서 풍전등화에 놓인 나라를 구하고자 애쓰다 극악무도한 일인의 칼날에 피흘리며 비명속에 숨진 명성황후의 모습이 지금도 국민들의 가슴속에 쓰라린 악몽으로 져며오게 한다.

수년전부터 그동안 잊혀지고 있던 명성황후의 역사적 업적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여주군 여주읍 능현리에 위치한 생가를 찾는 방문객들도 날로 늘어나고 있는 분위기는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박용국 여주군수가 지난 95년 대표적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명성황후 성역화사업이 결실을 맺어 지난7월 기념관건립공사에 착수, 내년 4∼5월이면 명성황후관련 전시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될 예정으로 있어 잔뜩 기대에 부풀게 하고 있다.

그러나 공사공정율 90%에 이르고 있는 기념관 곳곳에서 부실시공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완공후 하자보수공사가 되풀이될 수 밖에 없다는 진단결과는 우리모두에게 큰 실망을 주고 있다.

특히 명성황후기념관이 공사금액 50억원이하로 전문감리를 둘 필요가 없다는 규정을 이유로 전문지식이 부족한 직원을 감독으로 두면 된다는 군관계자의 사무적인 설명은 기념관건립의 본래 취지보다는 성과에만 비중을 두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한다.

만일 전문감리비용 절감차원에서 기념관 건립이 다른 건축공사 규정과 똑같이 받아도 된다는 논리가 작용, 역사적 취지를 잊게 한다면 슬픈일 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해마다 3.1절, 8.15광복절을 맞아 찾아올 국내뿐아니라 외국인 특히 일본인이 자신들의 조상이 저지른 죄과에 대한 조그만 사죄라도 할 생각으로 이곳 기념관을 찾아왔다가 부실시공된 현장을 목격하고 지을 엷은 비웃음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긴 한숨이 나온다./여주=심규창기자(제2사회부) kcsh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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