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의 상징인 법정스님이 새천년을 맞기 위해 한세기를 마감하고 있는 ‘속세’에 오랜만에 편지를 보내왔다.
수상집 ‘버리고 떠나기’를 쓴 뒤 훌쩍 강원도 산골로 들어가 단칸 오두막에서 지내온 법정스님.
전기도 들지 않는 산골에서 개울물을 길어 밥을 해먹고 장작을 패 땔감을 만들어 불을 지피며 살아온 지 어언 7년여 세월이 흘렀다.
이렇듯 자연과 하나가 돼 살아온 법정스님이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이후 4년만에 ‘오두막 편지’(이레)란 창작 산문집을 펴냈다.
자연속에서 즐거움과 여유를 찾는 스님의 운치있는 삶의 풍류와 기개가 ‘세기말’을 혼란스럽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가슴을 넉넉하게 해준다.
우리가 무엇을 위해 살고 있고,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를 순수한 정신, 영혼의 언어로 일깨워 주고 있다.
스님은 이 산문집에 실린 글을 “산골 오두막에서 홀로 지내며 그때 그때 보고듣고 느끼고 생각한 내 삶의 뜨락을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듯 스스럼없이 열어 보인것”이라고 말했다.
“한 해가 저무는 길목에 서니 헤치고 왔던 길이 잎이 져버린 숲길처럼 휑하니 내다 보인다. 나는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다시 묵은 허물을 벗는다.” 새로운 세기를 눈앞에 둔 현대인들에게 보내는 스님의 산중 법어(法語)인 셈이다.
복잡하거나 모순되지 않고, 소박하고 간소하면서도 단순한 삶이 본질적인 삶이라는 것을 스님의 글은 잘 보여주고 있다.
법정스님의 산문은 결코 자연감상에 그치지 않는다. 자연과 인간에 대한 성찰이요, 이에 기초한 그의 득도(得道)의 한 과정이다. 때문에 그가 세기말에 보내온 ‘산중편지’는 현대인들에게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안식이면서도 꾸짖음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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