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무릎까지 쌓이도록 내리고 처마밑 고드름이 한자(1尺)가 넘도록 얼어붙기가 예사였다. 30∼40년전만 해도 겨울은 그토록 매서웠다. 겨울들판은 아이들의 좋은 놀이터가 됐다. 눈사람 만들기나 눈싸움은 으레 하는 장난이었다. 빙판에서 썰매를 타고 팽이를 돌리고 언덕을 넘나들며 연을 날리기도 했다. 그냥 하는 것이 아니다. 썰매 빨리지치기, 팽이쓰러뜨리기, 연줄끊기 싸움을 즐겼다.
남자아이들만이 아니고 여자아이들도 대개는 마찬가지였다. 다른 점은 그렇게 놀다가 싫증나면 남자아이들은 자치기, 구슬치기를 하고 여자 아이들은 줄넘기 땅뺏기놀이 같은 것을 했다.
그 무렵엔 먹거리가 귀하던 때여서 영양실조로 코를 흘려 훌쩍거리면서도 겨울 들판을 누볐다. 먹거리 뿐만이 아니고 입성도 볼품없어서 방한복이란 것이 따로 있을 수 없었다. 옛날 아이들은 이렇게 겨울을 도전적으로 넘겼다.
영하의 강추위가 며칠째 계속되고 있다. 춥다고들 야단이다. 지구의 온난화현상으로 겨울다운 겨울이 실종되다보니 이만한 추위가 무척 춥게 느껴지는 것 같다.
골목길에도 아이들 노는 모습이 사라졌다. 텔레비전을 누워 들여다 보거나 컴퓨터 앞에 앉아 보내는 방안퉁수가 돼가고 있다. 부모들도 밖에 나가면 ‘감기걸린다’고 야단이다. 시대에 따라 아이들의 놀이문화가 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겨울을 겁내는 아이’를 만들어가는 것은 좀 생각해 볼 일이다.
엊그제 초등학생의 방학이 시작됐다. 날마다 진종일 방안퉁수 노릇만 시키는 것이 아이를 위하는 길은 아니다. 요즘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자연친화의 겨울놀이가 무엇인가도 연구해 볼만한 일이다. /白山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