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굶주려 있던 고아원생들이 파란눈의 이방인을 보자마자 금새 화색이 돌았다.
22일 오전11시 수원시 장안구 하광교동 사회복지법인인 경동원.
갈색머리의 백인여성 3명이 큼지막한 비닐봉지에 선물꾸러미를 들고 들어서자 원생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우르르 몰려나왔다.
벽안의 세 여성은 오산 미군기지내 군무원과 그 가족들로 구성된 킬트동호회 회원인 데비(37·Debbi), 쉴리아(38·Sheila), 엘리스(37·Alice).
1층 ‘까치방’에 들어선 이들은 손수 만든 24장의 조각이불을 아이들에게 일일이 나눠주며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거나 자신들의 볼에 손을 비비는등 스킨쉽으로 애정을 표시하면서 원생들의 경계심은 이내 녹아버렸다.
잠시후 노란색 고깔 모자를 쓰고 빨간색의 멜방반바지를 입은 20여명의 원생들이 인형같은 모습을 한채 모습을 드러냈다. 원생들이 감사의 표시로 준비한 행사.
캐럴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훔을 추는 원생들에게 회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그들의 무릎에는 원생들이 환한 표정을 짓고 앉아 있었다. 행사가 끝난뒤 이들은 선천성 뇌성마비 후유증으로 양쪽다리에 기부스를 한채 침대에 누워있는 15개월된 남자아이를 보고는 직접 다리를 만져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짖기도 했다.
2시간여동안 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 원생들은 이들의 손을 꼭잡고 놓으려하지 않았고 이들도 원생들을 품에 앉은채 좀처럼 떨어질줄 몰랐다.
이들이 경동원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5월. 조각천을 이용해 바늘로 엮어 이불과 가방을 만드는 킬트동호회의 회원인 씬디(42)가 한국 군무원으로 부터 소개를 받아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됐다.
데비씨는 “미국선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한 적이 없었지만 기회가 닿는데까지 우리의 원생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경동원 정의순원장(71)은 “아이들이 행복감을 느끼는 것을 오랫만에 본다”며 “이들의 정성에 고마을 따름”이라고 말했다. 작지만 정성이 뜸뿍 담긴 이들의 선행은 그 무엇보다 값져 보였다. /신동협기자 dhshi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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