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2세기의 작가 파우사니아스의 기록에 따르면 당시 아크로폴리스에는 아테나 여신이 심은 올리브나무가 있었다. 그 나무는 페르시아군의 공격을 받고 에리크토니오스의 사당과 함께 불탔다. 화재가 나고 나서 하루가 지났다. 아테네 사람들이 아크로폴리스로 올라가보니 타버린 나무 줄기에서 길이 50㎝가량의 가지가 돋아나 있더라고 했다.
산불이 지나간 자리에서도 제일 먼저 새 가지를 뽑아올리는 ‘올리브나무’를 그리스에서는 ‘엘라이아’라고 부른다. 로마시대에 쓰였던 라틴어로는 ‘올레움’이다. 이 ‘올레움’이 현대 이탈리아에서는 ‘올리오’로 변했다. ‘기름’을 뜻하는 ‘오일(oil)’의 진화사 정점에는 올리브가 있는 셈이다. 우리 말로는 한역(漢譯)하여 감람(橄欖)나무라고 한다. 감람나무는 예수그리스도를 상징하는 나무이기도 하다.
히브리에서는 올리브 도유의식(塗油儀式)을 받은 사람을 ‘마시악’이라고 부른다. ‘메시아(구세주)’라는 말은 여기서 나왔다. 이 마시악을 그리스어로 번역하면 ‘크리스토스’, 즉 그리스도가 된다. ‘도유의식을 받은 이’ ‘기름 부음을 받은 이(anointed one)’ 곧 ‘성별(聖別)된 이’라는 뜻이다. 이 도유의식에 쓰이는 기름은 올리브 기름이다.
올리브는 그리스와 떼어놓고는 상상할 수 없는 나무다. 현자(賢者) 솔론이 아테네를 다스리고 있을 당시 시민들은 올리브 나무를 자를 수 없었다. 올리브나무가 서 있으면 반경 3m 안에는 다른 나무를 심어서도 안되었다.
크리스마스날 아침에 올리브나무가 생각난다. 교회 다니는 아이들이 ‘감람나무 열매되어 귀엾게 자라세’라는 찬송가를 부르고 다니던 어린 시절도 떠오른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올리브나무가 어려운 처지에 있는 한국인들의 가슴 속에 살아 있었으면 좋겠다.
/청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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