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경제가 IMF외환위기를 벗어나 경기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신기술로 무장한 벤처기업들의 창업이 잇따르고 있다.
연말까지는 국내 벤처기업이 5천개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벤처기업이 벤처특별법상 형식요건만 갖추면 자동적으로 벤처확인을 받게 되어 있어 확인제도상의 문제점이 돌출되고 있다.
이에따라 벤처특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일부 기존 중소기업이 기술개발을 명분으로 정책자금을 지원받는 등의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특히 벤처기업이 개발한 신기술의 가치를 평가해 주는 기술평가기관들의 전문인력이 부족, 한 부처에서 유망 벤처기업으로 판정받은 업체가 다른 부처에서는 투자 부적격 업체로 전락하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벤처기업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벤처기업 현황
중소기업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벤처기업인증제도가 실시된 이후 12월까지 2천42개의 벤처기업이 탄생한 반면 올들어서는 2천741개가 새로 생겨났다.
한달평균 250여업체가 새로이 벤처기업으로 인증 받는 것을 감안하면 연말까지는 5천개가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11월말 현재 국내 벤처기업은 모두 4천783개사로 이는 5인이상 전체 중소제조업체 9만1천324개중 5.24%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전자·정보통신이 34%로 가장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기계·금속 28.3%, 전기·가전 13.5%, 섬유·화학 13.4%, 기타 5.8%, 의료·정밀 5% 순이었다.
유형별로는 특허·신기술개발에 의한 벤처기업이 37.8%로 가장 비중이 높았으며 벤처평가 우수기업이 22.4%, 연구개발투자기업이 21.7%, 벤처캐피탈 투자기업이 18.1%를 차지했다.
이들 벤처기업의 평균 자본금은 7억원이었으며 평균 35명의 종업원을 고용하고 평균 매출액은 47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확인 전문성 결여
지난 10월말까지 폐업이나 증빙서류 허위기재 또는 사후실사 과정에서 등록이 취소된 업체가 26개사에 이른다.
또 국세청으로부터 휴·폐업 업체로 통보된 업체도 57개사에 달해 현재 취소여부 심의절차가 진행중이다.
이와 별도로 연간 연구개발비를 최소 수준인 500만원으로 허위보고하고 벤처기업으로 지정됐다가 적발된 업체도 6개사나 된다.
연매출액이 9천600만원 이상이고 매출액의 5%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투자하면 등록이 가능하다는 느슨한 벤처요건을 악용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겉으로 드러난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는게 벤처업계의 지적이다.
전담부서인 중소기업청의 관리능력이 턱없이 부족해 감독 사각지대가 광범위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벤처등록심사와 관련한 중기청의 현장실사비율은 현재 12%에 불과하고 나머지 88%는 서류심사에 그치고 있다.
▲벤처자금 유용
감사원은 지난 10월중순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진흥공단, 정보통신연구진흥원 등을 대상으로 ‘벤처기업 창업 및 육성시책 실태’를 감사한 결과 모두 16건의 위법·부당사례를 적발했다.
정보통신진흥원은 연구개발실적이 전무하고 연구진조차 구성하지 못한채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인 (주)H엔지니어링에 1억6천200만원의 정보화촉진기금을 지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함께 S사 등 2개 업체는 허위서류를 제출, 과학기술진흥기금 연구개발사업자로 선정된뒤 벤처자금 융자기관인 한국종합기술금융(주)에서 2억4천만원을 융자받은뒤 채무상환 등에 유용하다 적발됐다.
▲기술평가 전문인력 부족
벤처기업이 개발한 신기술의 가치를 평가해 주는 기술평가기관들이 전문인력 부족과 허술한 평가방식으로 표류하고 있다.
벤처자금의 각종 편법지원이 증가하는 것은 벤처기업이 기술력을 갖추고 있더라도 기술을 공개하고 객관적으로 평가받은 뒤 이를 바탕으로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장치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높다.
최근 물의를 빚은 중복 지원금 문제의 경우 벤처기업 지원창구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중소기업청 등 여러개로 나눠져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 부처에서 유망 벤처기업으로 판정받은 업체가 다른 부처에서는 투자 부적격업체로 전락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벤처자금의 집행도 원칙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통부와 과기부, 중진공 등에서 수백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했지만 벤처기업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절차에 맞춰 필요한 서류를 제출해도 수시로 조건이 달라져 실제 자금을 지원받는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정부방침
이에따라 정부는 일정 조건만 갖추면 벤처기업 확인서를 발급해주는 현행 벤처기업 확인제도를 폐지하고 기술과 경영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서 등록여부를 심사하는 ‘등록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또 중기청내에 벤처기업에 대한 지도감독과 벤처기업 재심사 등의 업무를 담당할 전담부서를 신설할 계획이다.
중소기업특별위원회는 이같은 ‘벤처기업지원시책 발전방안’을 마련, 내년 상반기중 벤처특별법등 관련법을 개정해 시행키로 했다./이관식기자 ks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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