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경제강좌>신경제(New Economy)

미국 경제가 지난 91년 3월 경기 저점을 통과한 이후 9년 가까이 연평균 3% 이상의 경제성장률과 완전고용수준에 가까운 낮은 실업률을 지속하여 사상 유례없는 장기호황을 누리게 되자 그 동인과 향후 전망에 대해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4%대의 낮은 실업률과 2% 이하의 물가상승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면서 이상적인 경제목표인 ‘안정 속의 성장’을 현실로 보여주고 있는 미국경제 앞에, 실업률과 물가(인플레이션)는 원칙적으로 負(-)의 상관관계를 가지며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경기확장정책을 쓸 경우 장기적으로 물가불안만 가중시킨다고 보는 필립스곡선 이론 마저 설득력이 약해진 것이다.

이와 같이 고성장-저실업률-저물가를 이루고 있는 미국경제를 설명하는 데 있어 최근 신경제(New Economy)이론이 관심을 끌고 있다. 신경제론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미국경제는 정보통신기술의 눈부신 발달과 경제의 글로벌화 장점 등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데 힘입어 생산성이 급격히 향상되면서 물가상승압력이 흡수되고 새로운 투자가 생산성을 지속적으로 촉진해 가는 선순환(virtuous cycle)구조가 정착되었으며 이러한 구조적 변화로 미국경제는 향후에도 전통적인 경기변동이론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항구적인 안정성장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90년대 이후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 정보통신기술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기업의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생산·품질·재고관리의 효율성도 높아지는 등 경제전반의 생산성과 효율성이 크게 향상되었다. 특히 소프트웨어 등 지식·정보산업의 경우에는 최초에 개발비용만 투자하고 나면 이후에는 거의 추가비용 없이 대량 복제·생산이 가능하여 전통적인 경제이론의 생산법칙으로 통했던 수확체감법칙과는 전혀 상반된 수확체증법칙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신경제론자의 주장차럼 과연 미국경제가 항구적인 안정성장이 가능한 근본적인 구조변화를 이룬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으나 과거 수년간의 구조조정을 통해 시장경제원리가 최대한 작동하는 경제시스템을 정착시킨 미국의 사례는 정부, 기업, 금융, 노동부문 등의 지속적이고 철저한 구조개혁을 통해서만 안정된 성장기반을 구축할 수 있음을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다.

/河瑾喆(한국은행 수원지점 조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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